태아기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은 노년이 된 후 심장질환 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이 12일 전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SC)의 칼레브 핀치 교수팀이 스페인 독감(1918~19) 발병 전후 시기(1915~23년)에 태어난 미국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60세 이후의 지병을 조사한 결과, 스페인 독감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인 1918년 10월~1919년 6월 출생자의 심장 질환 발생률은 평균치보다 무려 20% 이상 높았다.

또 연구팀이 미 육군 입대기록을 토대로 1915~22년 사이 태어난 남성 270만 명의 노년기 건강을 조사한 결과 1919년에 태어난 남성은 동년배 남성보다 평균 0.05 인치(0.127㎝)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핀치 교수는 '0.05 인치'라는 키 차이는 사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유독 1919년에 태어난 남성만 평균 신장이 작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 역시 태아기의 인플루엔자 노출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아기에 인플루엔자에 노출되면 성인이 되어 각종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앞서 미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임신한 여성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태아가 출생 후 정신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3~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대만국립대의 밍전린 교수는 스페인 독감 발병기인 1919년 태어난 사람들이 10대 시절 동년배보다 키와 몸무게가 덜 나갔으며, 다양한 질환에 시달린 비율은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로, 인플루엔자가 임신 여성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내놓고 있다.

여성이 임신하게 되면 심장과 폐 기능이 떨어지게 되며, 면역력도 약화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신 여성은 또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폐렴 같은 합병증을 앓게 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아 치료 과정에서 태아와 산모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핀치 교수는 아직 다양한 변수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으며, 조사 대상 임신 여성이 '실제로'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던 것인지에 대한 검증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핀치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의학 전문지 '저널 오브 디벨롭먼틀 오리진스 오브 헬스 앤드 디지즈(Journal of Developmental Origins of Health and Disease)'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