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50년 가까이 살아온 주민 27명은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일제히 변상금처분 안내문을 받고 할 말을 잃었다. 국유지와 시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모두 합쳐 3억원이 넘는 거액을 납부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20여년 전 집이 무허가 건축물관리대장에 등재됨에 따라 동대문구청으로부터 국 · 시유지 사용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대장 등재와 변상금 부과는 별개라는 구청 측의 설명을 듣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 2.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의 단독주택에서 30년 동안 거주해온 A씨는 지난 5월 강북구청으로부터 "구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으니 보름 안에 330만원의 변상금을 납부하라"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10년 전 단독주택 마당에 딸린 화장실을 헐고 주차장을 만들면서 구유지인 도로 18.4㎡를 침범한 게 화근이었다. A씨는 주차장을 만들 당시 도로가 구유지인지 전혀 몰랐고 10년 동안 구청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구청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근 구청으로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 토지 등을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징벌적 점용료에 해당하는 변상금 부과처분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정기관이 그동안 무단 점용한 사실을 몰랐거나 또는 암묵적으로 무단 점유를 인정해왔던 공유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며 변상금 부과 처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청은 재개발 ·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도로 · 토지 등을 새로 측량하는 과정에서 무단 점용된 사례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변상금 부과 처분을 내리고 있다. 실제 서울시 성동구청은 매년 100여건 안팎의 변상금을 부과해오다 올해에는 지난 7월에만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서만 600건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구청이 무단점용을 인지했을 때 변상금을 부과하게 되지만 뉴타운 재개발 과정에서는 재개발조합이 도로나 토지가 무단 점용된 사례를 조사해 일괄적으로 보내오기 때문에 변상금 부과처분이 많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갑자기 내야 하는 변상금 액수가 크다는 데 있다. 변상금은 토지 점용료의 1.2배로 높은 편이다. 또 점용료는 토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는데,최근 들어 서울 강북지역이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대거 개발되면서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다. 구청은 대개 5년치 점용료를 한꺼번에 부과하기 때문에 변상금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최근 땅값이 오르면서 변상금이 너무 비싸다고 구청에 항의하거나 깎아달라는 민원인들이 많다"면서도 "국가나 구청 소유의 재산을 무단 점유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에 변상금 부과처분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변상금 부과 건수가 늘고 부담해야 하는 액수도 커지면서 구청을 상대로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 소송을 내는 건수도 증가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매년 10건 미만이었던 '변상금처분 취소 청구 소송'이 올해에는 벌써 31건이 접수됐다.

서울시 마포구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변상금을 부과해도 소송까지 내는 경우가 적었는데 최근에는 거주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데다 땅값 상승으로 변상금 부담이 커지면서 소송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재산 가운데 학교 도로 청사 등 행정재산에 대해서는 시효취득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행정재산을 무단 점용한 경우라면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행정재산 이외의 일반재산(옛 잡종재산)일 경우에는 시효를 취득했다면 승소할 수도 있다.

최근 자산관리공사로부터 4700만원의 변상금 부과 통보를 받은 중앙대는 해당부지를 20년 이상 평온 · 공연하게 점유했다는 점을 들어 소유권을 주장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조영욱 변호사는 "구청의 적법한 변상금 부과라면 일단은 변상금을 내야 하고 무단점용한 토지의 형태나 목적 등에 따라 변상금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변상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