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미국 소재 부동산을 2차례 구입하면서 수십억원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이 이 자금의 출처를 수사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의혹에 휩싸인 조 사장이 사들인 미국 부동산은 2002년 8월 로스앤젤레스(LA)의 고급 빌라 1채(450만 달러)와 2006년 10월 샌디에이고의 리조트 내 콘도식 빌라 2채의 일부 지분(95만 달러) 등 2건이다.

2002년 당시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거주 목적의 국외 주택 구입을 위한 송금 한도가 30만 달러였기 때문에 조 사장의 LA 빌라 구입은 위법이지만 현재로선 공소시효(3년)가 지나 공소권이 없다.

이후 정부의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에 따라 2006년 5월부터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구입이 허용되면서 송금 한도가 100만 달러로 높아졌기 때문에 2006년 10월 샌디에이고 빌라 매입 역시 관련법에 저촉되진 않는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조 사장의 부동산 매입 자체와 금액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 구입을 위해 이 정도 금액을 송금했다면 한국은행과 국세청에 통보되는데 이 송금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 조 사장이 편법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짙어진다.

자금의 출처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조 사장이 미국 현지 은행에서 대출받는 등 방법으로 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했다면 국내법을 적용할 근거는 없지만 효성 본사와 미국법인의 편법 거래로 자금을 마련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여지가 생긴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조 사장 개인의 부동산 매입 자금을 조성하려고 효성 본사가 장부를 조작해 회삿돈을 미국 법인을 통해 빼냈다면 횡령 또는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본사와 미국 지사간 사업상 거래인 것처럼 꾸며 자금을 보낸 행위도 범법행위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지난 3년간 수사한 뒤 지난달 말 건설부문 임원 2명을 7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한 검찰로선 조 사장의 의혹에 현재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사장의 부동산 구입은 검찰로서도 처음 접하는 의혹"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언론 보도 내용과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보겠다"고만 말했다.

당장 수사하진 않겠다는 데 무게가 실렸지만 한편으로는 내사 또는 수사의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이 스탠스를 쉽게 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유를 몇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일단 언론에 보도된 조 사장의 부동산 의혹은 검찰 입장에선 첩보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사꺼리'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스크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 수준이다.

검찰이 수사방침을 정하고 조 사장이 미국 부동산을 산 자금의 출처를 본격적으로 조사한다면 당장 얼마전에 종결을 선언한 효성 비자금 수사가 `부실수사'였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또 효성의 자금흐름 전체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사안에 비해 수사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검찰엔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사돈 회사여서 봐주기 수사한 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적인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곤혹스럽다.

이런저런 면을 따져보면 검찰은 한동안 수사 착수여부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