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암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들이 인종과 개인간 차이에 따라 반응이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암전이연구소 정희철·라선영·노성훈·정현철 연구팀은 동양인과 서양인 위암 환자에게서 추출한 위암세포의 `다제내성단백질'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위치가 차이를 보였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DNA) 염기서열은 99.9%가 같다.

나머지 0.1% 염기서열 중 변이를 일으키는 염기 위치에 따라 피부색, 인종, 생김새 등이 결정된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세포핵 속의 염색체가 가지고 있는 염기서열 중 염기 변이가 일어나는 곳이 각기 틀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 하나의 염기만 변이가 일어나는데, 이를 `단일염기다형성(SNP)'이라고 부른다.

질병에 대한 개인적 차이도 단일염기다형성 때문에 증상이 달리 나타난다.

동양인과 서양인에게 같은 항암제를 투약해도 효과나 부작용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다제내성단백질은 우리 몸속 세포에서 항암제 등 이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 왔을 때 이를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다제내성단백질이 유전자 변이 없이 정상적으로 발현하면 약물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활동이 활발해 약물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변이가 일어나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오히려 약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57개 위암세포에 대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암세포 다제내성단백질 중 대표적인 염기변이 2곳을 조사한 결과 동양인 위암환자 유래 암세포에서는 2천677번째 위치에서, 서양인 위암환자 유래 암세포에서는 3천435번째 위치에서 각각 변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변이 위치 조합과 항암제 감수성에 대한 실험에서는 두 곳 모두 정상인 그룹보다는 2천677번째 위치가 정상이면서 3천435번째 위치에서 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 항암제 파클리탁셀에 높은 감수성을 나타냈다.

비아시아인의 경우 항암제 감수성이 75%지만, 아시아인 암세포에서는 38%의 감수성을 나타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정현철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원장은 "파클리탁셀 항암제가 동·서양 환자 모두에게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 면에서 서양인 환자들에게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의미"라며 "향후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