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만 골라 37억턴 9명 검거…피해자들 `쉬쉬'
"자물쇠 1분이면 다 연다" 최고 절도기술 보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와 광진구 광장동 W아파트 등 부자 아파트에서 거액의 금품을 털어온 대도(大盜)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8일 고급 아파트 단지만 골라 수십억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주범 김모(40)씨 등 7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10일 오후 9시40분께 서울 압구정동 H아파트 A(33)씨 집에서 5천만원어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파트 52곳에서 37억1천700만원어치를 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 베란다 창문을 통해 침입한 뒤 자체 제작한 일(一)자형 대형 드라이버로 금고나 보석함을 부수고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단단한 자물쇠를 채워도 1분이면 금고를 열수 있을 정도로 국내 최고의 절도 기술을 보유한 대도들"이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특히 "주범인 김씨는 `예전의 대도 조세형보다 내가 더 아파트를 잘 턴다.

부자들 사는 아파트는 내 금고나 마찬가지'라고 자랑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중에는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 종사자와 중견기업 회장, 연예인 등 유명 인사도 상당수 포함됐으며 이들의 상당수는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거나 도난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도난 사실을 숨기거나 피해액수를 축소 신고한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100억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들이 털었다고 자백한 집의 절반가량은 `도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피의자들은 8억원어치를 훔쳤다는데 정작 피해자는 `1억원어치만 도난당했다'며 피해 규모를 줄이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 시계 등은 중고로 매각하고 장신구류는 보석과 귀금속을 분해해 팔아 치우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했으나, 필리핀으로 원정도박을 떠났다가 탕진해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귀국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달아난 공범과 장물아비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