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는 1999년 1437명에서 2005년 3487명으로 6년 새 2.4배로 급증했다. 남성에게 발생하는 암 질환 가운데 증가율로는 1위,다발 빈도 수에서는 5위다. 서양에선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한다. 한국인의 전립선암 증가는 서구화된 식사습관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판단된다.

흔히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며 조기발견만 하면 오래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립선암이 빨리 발견돼 암덩어리가 인접 조직으로 퍼지지 않았을 경우로 국한된다. 암이 전이되기 시작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립선암이 정액의 배출구인 사정관을 침범하면 정액에서 피가 나온다. 전립선 바깥쪽으로 발기 관련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전립선암이 전립선피막을 건드리면 발기부전이 나타난다. 전립선암은 흔히 뼈로 전이된다. 골반뼈나 골수로 전이되면 빈혈이 오고,척추뼈로 번지면 허리가 심하게 아파 정형외과 치료를 받다가 전립선암을 발견하게 된다. 또 전립선암이 골반 림프절로 전이되면 하지(下肢)의 림프절이 순환되지 않아 다리가 부을 수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최근에서야 50%를 겨우 넘었다는 점에서 결코 순한 암이라고 할 수 없다. 전립선비대증은 주로 요도와 인접한 전립선이 커지기 때문에 조금만 커져도 요배출에 지장을 줘 환자들이 쉽게 발견한다. 이와 달리 전립선암은 대개 요도에서 먼 부분(말초대)에서 발생해 웬만큼 커지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흔하다.

그렇다고 해서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뭔가 딱딱한게 만져지면 전립선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검사 결과가 양성일 때 전립선암일 확률은 21~53%다. 따라서 혈액검사로 전립선암특이항원(PSA)을 측정함으로써 보조적 진단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PSA 수치가 3ng/㎖이상이면 암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 3~10ng/㎖일 경우 15~20%의 환자에서 암이 발견됐다. 외국에선 10ng/㎖이상이면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전립선암이 발견된다. PSA검사로 전립선암을 확진할 수 없지만 위험도는 잘 예측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전립선 덩어리가 만져지고 PSA가 높다면 조직검사를 실시해봐야 한다.

전립선암의 악성도는 크게 3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암이 크기와 전이여부를 반영한 병기(病期),암세포의 분화도를 의미하는 글리손 점수,절제 수술 후 떼어낸 암조직의 가장자리 단면에서 암조직이 존재하느냐에 따른 수술변연(邊緣)양성 여부다. 병기가 늦을수록,글리손 점수가 높을수록,수술변연이 양성일수록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암이 재발 또는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글리손 점수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지표인데 암을 순한 놈(1점)부터 악성인 놈(5점)으로 분류한 뒤 첫번째,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암조직 종류의 점수를 합산해서 매긴다. 따라서 2점부터 10점까지 나올 수 있는데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일반적으로 6점이면 암이 천천히 자라서 10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8점을 넘으면 악성도가 심해서 재발률도 높고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

국내서는 아직 전립선암 검진이 본격화되지 않아 전립선암의 5년 생존률은 76.9%에 지나지 않는다. 배뇨장애 사정통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에 진단되는 전이성 전립선암의 경우 5년 생존할 확률은 30~4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립선암의 조기 발견을 통해 미국처럼 5년 생존율을 98.9%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50세 이상의 모든 남성은 매년 비뇨기과를 찾아 간단한 혈액검사와 촉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40대 이상의 남성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전립선암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9%이며 형제에게 전립선암이 있을 경우 자신이 암이 걸릴 확률은 일반인의 3배 수준이므로 참고해볼 만하다.

치료방법에는 절제수술과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치료가 있다. 수술로는 개복수술,복강경 수술,로봇수술 등이 모두 유용하다. 로봇수술은 비교적 조기의 암에서 유용하며 수술시야가 넓은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매우 고가이므로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 없으며 복강경 수술 정도면 흉터도 크게 남지 않고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암은 예방이 최선이다. 육류 중심의 동물성 고지방 식사는 전립선암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좋다. 확실하게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청국장,두부요리 등 콩으로 만든 음식과 토마토다. 특히 찐 토마토가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탁근 교수 < 을지병원 비뇨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