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 "학교재정 검증시스템 마련해야"

부적격 칠판을 사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긴 학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또다시 교직사회의 부조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수업용 칠판을 사주고 브로커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적발된 교직원은 현직 학교장 13명을 포함해 모두 19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교직원이 20명 가까이 한꺼번에 비리에 관련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교장 13명이 연루된 점은 교직사회의 비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이에 대해 어느 정도나 무감각한지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칠판, 급식, 교과서 등 각종 자재 관련 납품 비리뿐 아니라 촌지 수수에 이르기까지, 매년 일선 학교에서는 각종 부조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지난달 21일에는 학교나 관공서에 운동기를 납품하게 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초등교장 등 교직원과 공무원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일부 교직원은 노골적으로 먼저 업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향응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07년 9월에도 부설유치원에 납품하게 해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초등교장이 불구속 입건됐고 2006년 9월에는 기자재 납품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광주의 2개 학교장 등 교직원 6명이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초ㆍ중ㆍ고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촌지 제공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18.6%에 달했을 정도로 촌지 비리도 퍼져 있다.

최근에는 현금, 상품권 등을 주고받기 어려워지자 휴대전화를 이용한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 수수가 유행이라는 소문도 학부모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부모와 교육전문가들은 교직사회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교육 당국의 대책이 매번 임시방편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조리가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어지간한 대응책으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이 2000년대 초부터 내부신고자 제도, 시민감사관제, 클린 명함 제작 등 다양한 부조리를 근절 방안들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심지어 서울시교육청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부조리신고 포상금제'까지 도입하려 했지만 교직사회의 반발에 밀려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비리 교장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며 특히 "학교 자율화로 교장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예산지출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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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