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의 새 집행부를 뽑는 결선 투표가 24일 전국 공장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중도실리 노선의 이경훈 후보와 강성 노선의 권오일 후보의 2파전 결과에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결선은 누구도 승자를 쉽게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새 집행부 선거는 지난 15일 1차 선거에서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실리 후보가 2명이나 출마해 강성 성향의 후보 2명과 맞붙는 구도로 진행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실리노선의 이경훈 후보와 홍성봉 후보는 강성으로 분류된 권오일, 김홍규 후보를 상대로 선거운동 초반부터 반 금속노조 분위기를 띄우면서 투쟁지향적인 노동운동에 반감을 지닌 조합원의 표심을 공략하는 등 선전하면서 예전과 다른 선거 분위기를 조성했다.

결국 홍 후보는 1차 선거에서 탈락했지만 이들 두 후보의 득표수 합계는 과반수인 57%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1994년 5대 집행부 수장이었던 실리 노선의 이영복 전 노조위원장 이후 15년 만에 다시 중도실리의 집행부가 탄생할 가능성을 더 높인 것이다.

2차 결선에서도 이들 후보 측에게 던져진 표가 그대로 반영된다면 승기를 잡는데 무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항상 2차 결선에서 민주노동운동을 주도하는 강성의 현장노동조직이 모두 결집하면서 중도실리 후보가 역전패당하는 형국이었기에 이번 선거도 그럴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이는 중도실리로 1차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이 후보를 두고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번 집행부 선거가 7번째 도전인 이 후보는 4번의 선거에서 1차는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2차 결선에서는 번번이 3∼4% 포인트 안팎에서 강성 후보에 밀렸다.

그러나 7전8기로 이번 선거에 나선 이 후보는 그동안 금속노조의 투쟁지향적이거나 일방향적인 노동운동에 불만이 쌓였던 현장 분위기를 토대로 조합원의 표심을 적극 공략, 이미 1차에서 높은 지지율을 끌어냈던 만큼 결선에서도 선전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노동운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투쟁에 앞장서왔던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와 관계뿐 아니라 회사 측과의 관계에서도 새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성 노조만이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지켜낼 것이라는 전통적인 지지표가 적지않은데다 민주노동운동을 주도하는 현장노동조직의 조직력이 뒷심을 발휘한다면 박빙의 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백지 투표용지 1장 때문에 1차 선거에서 빚어진 사상 초유의 재투표 논란도 어느 후보에게 득이 될지 모르지만 결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