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죽게만든 못난 형" 감안해 감형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기소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조병현 부장판사)는 23일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고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을 인수해달라고 부탁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구속기소된 건평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원을 선고했다.

건평씨는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추징금 5억7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공범으로 기소된 정광용씨는 징역 2년에 추징금 13억2천760만원을, 화삼씨에게는 원심대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에 추징금 5억6천여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당시 대통령의 형이 정 전 농협회장과 농협 인수를 반대하는 농림부 관계자에게 각종 영향력을 행사한 뒤 세종캐피탈로부터 23억여원이란 거액을 수수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며 "건평씨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평씨는 평범한 세무공무원을 하다가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로얄 패밀리가 됐으나 애초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관심이 없었고 봉하대군으로 행세해왔다"며 "건평씨가 먼저 돈을 요구한 사실이 있는 점 등으로 판단해볼 때 공소사실이 과장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1심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형이란 사실 때문에 형량이 가중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건평씨는 이제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으로 전락한 만큼 형량을 감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건평씨는 2006년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정 전 회장에게 잘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 씨 형제와 함께 29억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