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엔 `영양제'…공무원 `정치참여' 논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법원공무원노조(법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여부를 놓고 21일 투표에 돌입, 파장이 예상된다.

투표 결과 이들 노조가 통합한 뒤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탈퇴 도미노설' 등에 시달리는 민주노총에 힘이 실려 노동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이 정치 세력화를 표방하는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데 대해 정부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노정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0일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전제로 하는 공무원노조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강령으로 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 `제1노총' 되나 = 3개 공무원노조 조합원은 전공노 4만8천여명, 민공노 5만9천여명, 법원노조 8천500여명이다.

현재 민공노와 법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지 않아 새로 합류하는 조합원의 수는 6만7천500여명이다.

민주노총은 각 지역에 상급단체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다수 공무원노조도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한 뒤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가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가입 조합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가 집계한 작년 노동조합 총연합단체(노총)의 규모는 한국노총 72만5천명, 민주노총이 65만8천118명으로, 공무원노조가 가세하면 민주노총은 제1노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1노총은 정부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더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석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위원회에는 한국노총이 현재 1노총으로 민주노총보다 1명이 많은 5명을 근로자 위원으로 참석시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안건이 가결된다면 1노총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탈퇴 사업장이 부쩍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이 위기설을 벗어나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공무원 정치활동' 논란·갈등 예고 = 민공노와 법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그간에도 논란이 있었던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두고 더 큰 논란과 마찰이 빚어질 전망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은 공무원노조법뿐 아니라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무원 복무규정 등에도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통해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정치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행정안전부, 법무부, 노동부 등은 벌써 불법행위에 따른 갈등의 소지가 클 것이라며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승수 총리 주재로 장관회의를 열고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나 정치투쟁에 참여하게 돼 단체행동과 정치활동을 금지한 실정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이 민주노총 예산(86억원)의 20%를 부담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공무원노조 창립 당시인 2004년 이래 해직된 공무원들이 활동가 성격으로 민주노총의 핵심 간부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무원 정치투쟁 가담이 늘거나 민주노총이 해직자 문제에 강경 목소리를 낸다면 공무원 노사관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일단 이들 노조의 투표를 지켜본 뒤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가결될 경우 절차를 자세히 살펴 설립·가입 신고가 들어올 때 타당성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