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관의 물닿는 표면만 스테인리스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해원엠에스씨 이해식 사장이 접합 신소재 '에코틸'개발에 뜻을 둔 것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주철 물탱크를 청소하는 곳에서 쏟아져나오는 시뻘건 녹물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주철 수도관의 녹물이 사회문제화되던 때였어요. 스테인리스 수도관으로 바꾸면 되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쓸 엄두를 못냈던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은 계속 녹물을 마셔야 했고요. 수도관 안쪽만 스테인리스로 바꾼다면 녹물도 해결하고 돈도 벌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그때부터 이 생각은 한시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틈만나면 접착제로 금속을 붙이는 습관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1996년 모회사인 철강업체 해원에스티를 설립한 후에도 그는 공장 한귀퉁이에서 이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손엔 각종 접착제가 마를 날이 없었다.

"지금까지 연구개발비로 족히 수백억원은 까먹었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금도 그거하느냐'며 핀잔도 많이 받았습니다. 한 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죠. 그래도 몰두하다 보니 서광이 보였어요. 노하우가 조금씩 쌓였던 겁니다. "

그의 노력에 전환점이 됐던 것은 2002년 미국 출장길이었다. 교포사업가로부터 현재 사업파트너인 엠에스시사를 소개받았던 것. 곧바로 일리노이주에 있는 공장을 찾았지만 문전에서 퇴짜를 맞고 말았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게 이유였다.

2005년까지 5번을 찾아간 끝에 접촉이 이뤄졌으나 한국에 초청돼 공장시설까지 둘러본 그들로부터는 한참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랬던 것이 그들도 한국에 사람을 보내 포스코 등지를 찾아다니며 파트너사를 물색했다가 모두 딱지를 맞으면서 마침내 제휴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06년 말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한 뒤 꼭 1년 만인 2007년 11월 미국 엠에스시 공장에서 양사의 기술력을 접목시켜 개발한 '에코틸' 시험생산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소재분야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는 그는 "앞만보고 달리다 보니 가슴아픈 기억도 많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철강 가격의 하락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 속에서 구조조정만을 하지 않겠다던 소신을 접고 함께 고생해온 직원 중 일부를 내보내야 했던 일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쏟은 적도 많았다고 한다.

건설회사 시절부터 가져온 그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에코틸' 개발도 따지고 보면 그 꿈이 모태였다.

그래서 그는 황토에도 심취해 '황토모르타르' 등 관련 특허와 실용신안을 60여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직접 제품 생산에 나서려고 구상하는 5가지 아이템 중 조선용 제진강판을 제외하고 방화문 외장재 지붕재 울타리 등이 모두 건축용품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순천=최성국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