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에서 서울대는 51명을 합격시켜 전체 대학 중 6위에 그쳤다. '법조 4강'으로 불리던 한양대는 사법고시 최종 합격자 수에서 6년째 5~6위권을 맴돌고 있다. 입학 성적에서도 대학 간 '서열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를 포함,모든 치의과대학의 입학 성적은 서울대를 웃돌고 있다. 취업대란과 기업들의 대학 선호도 변화,입학사정관제 등 새 전형 방식 도입 등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취업 시장이 서열 변화 이끌어

청년실업자 100만명,실업률 8% 시대를 맞아 기존 명문대들은 특성화와 기업과의 연계를 앞세운 대학에 지위를 내주고 있다.

각종 국가고시와 입학 성적에서 나타나는 성균관대의 약진은 삼성재단 출범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대도 두산그룹이 재단에 참여한 직후 치러진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직전연도보다 두 배 이상 경쟁률이 높아졌다. 인크루트 정재훈 팀장은 "취업에서 대학보다 학과가 중요해지는 추세"라며 "삼성전자는 전기나 전자 쪽에 특화된 학교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을 중심으로 대입 성적도 변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만든 '2010학년도 2학기 수시모집 지원참고표'에 따르면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및 일부 외국어문학과의 합격선은 서강대 경영학부,성균관대 글로벌 경제학과,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보다도 낮았다.

일부 학과에서 시작된 대학 서열 역전 현상은 대부분의 학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대 공대의 합격선(내신 1.3~1.5등급)은 인문계열과 비교하면 중앙대 광고홍보학과,홍익대 영어교육과 수준이다.

◆각종 고시도 서열 역전

각종 고시에서도 대학 서열이 뒤바뀌고 있다. 2009년 공인회계사 합격 현황에 따르면 전체 936명의 합격생 중 서울대생은 불과 51명이었다. 반면 성균관대는 86명을 합격시키며 3년 연속 3위를 차지했다. 사법고시에서도 성균관대의 약진은 눈부시다. 성균관대는 2002년 7위(34명)에서 2003년 4위로 올라선 뒤 2008년까지 꾸준히 4위를 지키며 3위인 연세대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반면 사시 합격자 수에서 4위를 해오던 한양대는 2002년 이후 계속 추락,성균관대와 이화여대에 이어 6위권으로 뒤처졌다.

지방 국립대의 몰락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때 입학 성적이 연고대급으로 평가받던 부산대는 이제 서울 중위권 대학과의 경쟁에서도 버거운 모습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는 2002년 40명으로 5위였으나 최근 6년간은 1년에 20명 안팎의 합격자만 배출하며 10위권을 맴돌고 있다. 부산대를 제외한 경북대 전남대 영남대 동아대 전북대 충남대의 2008년 사시 합격자 수는 모두 합해 54명으로 이화여대(53명) 한 곳의 합격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대학은 한때 이화여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던 곳들이다.

이재철/김일규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