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문제냐 의도적 도발이냐'..당국 분석중

6일 새벽 발생한 임진강 급류 실종사고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열어 방류한 데 따른 것으로 일단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대규모 수량을 담수하고 있던 황강댐의 수문을 급작스레 열어 방류된 물이 임진강 하류까지 순식간에 밀려 내려왔고 임진강변에서 야영하던 남측 민간인 6명이 여기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게 이번 사고의 요지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갑자기 황강댐 수문을 열었을까.

정부 당국은 아직 `황강댐 방류'도 추정일 뿐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고의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이 추정하는 대로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열어 대규모 수량을 방류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우선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방류를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이 2007년 10월부터 황강댐의 수로를 예성강으로 돌리는 유역변경식 댐으로 전환하면서 담수에 들어갔기 때문에 방류를 하려면 예성강 쪽 수문을 열었어야 했지만 기술적인 오류로 임진강 쪽 수문을 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남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댐 방류시 통보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통보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이런 추정에 대한 하나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북한이 인명피해가 우려됨에도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방류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남한에 대한 하나의 압력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 조문단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원칙적인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자 댐 수문 개방을 통해 남측이 먼저 대화제의를 해야할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과거 임진강 공동수해방지를 위해 남북이 협의를 벌여왔지만 현 정부 들어 협의 자체가 뚝 끊겨 버린 상황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공유하천 관리 문제는 남측이 오래전부터 협의를 제안한 문제이지만 북측이 미온적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이 대통령의 원칙적인 남북관계 추진 입장을 뻔히 아는 북한 입장에서 이 같은 무모한 도발을 또다시 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기술적인 문제일 가능성과 함께 북한의 의도성도 완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 파악과 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댐의 이상 여부는 물론 북한의 의도성 등 모든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공식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또다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북한은 방류 원인설명과 함께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