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즈민 대표가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복식 결승전 양영자 · 현정화조와의 한판 직후부터였다. 같은 왼손잡이인 천징 선수와 조를 이룬 자오즈민은 세트스코어 2-1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딴 세계 정상급 선수로선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녀가 한국팬에게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온 계기는 안재형 전 대한항공 탁구팀 감독과의 결혼이었다. 자오즈민은 1984년 파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안재형을 처음 만난 뒤 사랑에 빠졌다. 5년여 동안 이들은 '금지된 사랑'을 해야 했다. 중국을 적성국으로 분류해 수교를 맺지 않았고 국가명칭도 '중공'으로 부르던 시절이었다.

자오즈민 대표는 "남편이 홍콩으로 편지를 보내면 홍콩에 가서 코치가 먼저 본 다음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며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둘의 결혼을 위해 당시 현정화 선수의 사촌형부인 박철언 체육부 장관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이에 화답했는지 자오즈민을 스웨덴에 유학보냈고,이들 커플은 1989년 10월 스톡홀름 한국대사관에서 결혼신고서에 서명했다.

자오즈민 대표 자신은 요즘 중국과 한국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휴대폰 부가사업이 그렇고,탁구도 마찬가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탁구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귀화선수 당예서는 그녀가 중국에서 데려온 선수.남편과 친했던 대한항공 탁구팀 감독이 '우수한 선수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해 자오즈민 대표가 직접 나섰던 것.그녀는 "한국탁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탁구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편이 탁구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고 본인은 보조 해설자로 나섰다. 요즘은 탁구광으로 알려진 후진타오 주석의 비서들에게 이따금씩 탁구를 가르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