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는 요리(cousine)다. "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다고 해서,주문 후 기다리는 시간이 기껏해야 15분이라고 해서 버거가 무조건 '패스트푸드'는 아니다.

쇠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두툼한 패티, 형형색색의 웰빙 야채,남모를 비법이 담겨 있는 소스, 여기에 입맛을 한층 돋우는 치즈까지 어우러진 그 자체로서 '완벽한 요리'다.

'패스트푸드'에 반기를 든 '슬로푸드'로서 수제 버거를 먹을 땐 포크와 나이프로 '폼'을 잡아보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쿡앤 하임(Cook'n Heim)'은 수제 버거로 유명한 갤러리형 레스토랑이다. 뉴욕의 세계적인 미술관 '구겐하임'을 패러디하면서 영어의 '요리(cook)'와 독일어의 '집(heim)'을 합성한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이곳의 버거는 '아트(Art) 버거'로도 불린다. 재료를 5~6층으로 쌓고 위에 덮는 빵 없이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예술 버거'라는 의미에서다.

'포르마지오 버거'(1만6000원 · 이하 부가세 별도)는 매장에서 구운 포카치아 빵에 루콜라(채소의 일종),고르곤졸라 · 모차렐라 · 파마산 ·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녹인 패티,토마토,구운 가지,볶은 양파가 10㎝ 이상 높이로 쌓여 있다. '바비큐 버거'(1만5000원)는 쇠고기 패티와 비트(빨간무)로 만든 소스,고르곤졸라 치즈가 잘 어울린다. 채송화,리시안사스 등이 심어진 작은 정원이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다. 껍질을 벗긴 방울 토마토에 치즈와 와인드레싱을 곁들인 에피타이저가 무료로 제공된다.

큐레이터 출신의 이려은 쿡앤하임 사장이 1년에 작가 12명을 선정, 작품 20여점씩을 전시해 수제 버거를 즐기면서 미술 감상도 할 수 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W버거'는 참숯 그릴에 구운 호주산 냉장 와규 패티만을 사용한다. 셀프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해 '스테이크 버거'(1만4500원)를 제외하면 가격이 다른 수제 버거 레스토랑보다 2000원가량 저렴하다. 일반 햄버거에 사용되는 쇠고기 패티는 레귤러(110g),디럭스(150g) 등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 버거'는 다른 레스토랑에선 찾아볼 수 없는 메뉴로 부드러운 살치살을 통째로 구운 스테이크(130g)가 들어간다. '필리치즈 스테이크 버거'(7000원)는 불고기를 만들 듯 쇠고기를 얇게 썰어 모차렐라 치즈,양파,피망,버섯 등과 함께 볶아 속을 채운다.



'스모키 살룬'은 이태원,압구정동,이촌동 등에서 8개 직영점을 운영하는 미국식 수제 버거 전문점이다. 번(햄버거 빵)은 케이크 전문점 '미고'의 고급 빵을 사용한다. 매일 오전 만드는 패티는 모두 200g 이상으로 웬만한 스테이크보다 양이 많다. '살룬'은 미국 서부에서 안주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는 간이 술집을 일컫는 말.정통 미국식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실내 조명은 조금 어둡게,벽면은 거칠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의 벽화로 장식했다. '스파이시 토마토''슬로피' 등 자체 개발한 특제 소스가 20여가지다.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맛있다'는 뜻을 가진 '앰뷸런스 버거'(9900원)는 감자를 으깨 4각으로 만든 해시 브라운과 반숙 계란 프라이 등이 베이컨과 패티,슬라이스 체다 치즈 위에 올려져 있다. 야채가 없어 남자들이 좋아한다고.'빅 아일랜드 버거'(9700원)는 채를 썬 당근과 양배추,모차렐라 치즈를 녹인 쇠고기 패티,구운 파인애플,베이컨을 함께 올려 달달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을 낸다.

이태원에 있는 '올 어메리칸 다이너'는 정통 미국 버거맛을 살리기 위해 고기와 야채를 제외한 유제품,감자,베이컨,치즈,향신료 등 대부분의 재료를 미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료로 즐기는 미국식 보드게임,포커 전용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오전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며,직원의 절반 정도는 외국인이다.

대표 메뉴 '바비큐 랜치 베이컨 치즈 버거'(1만1900원)는 사워크림,마늘,식초 등으로 만들어진 랜치 소스의 톡 쏘는 맛이 그릴에 구운 패티,베이컨과 잘 어울린다. '베이컨 체다 버거'(1만1800원)는 8온스(약 227g)의 두툼한 패티를 그릴로 구워 샤프 체다 치즈와 베이컨,양상추,토마토,양파 슬라이스를 함께 곁들였다.

홍대 거리의 '감싸롱'은 가장 큰 특징이 호주산 목등심으로 오전에 만들어 놓은 패티가 다 떨어지면 바로 문을 닫는다는 것.물론 폐점 시간까지 남는 패티는 버린다. 고기가 신선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원래 폐점 시간은 오후 10시이지만 주말에는 오후 8시도 안돼 문을 닫는 날이 적지 않다.

또한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그림과 벽화가 전시돼 있어 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건물로 테라스에 감나무가 있어 '감나무+룸싸롱'이란 이색적 발상으로 가게 이름이 지어졌다.

'감싸롱 버거'(8400원 · 이하 부가세 포함)는 토마토,양파,고기,겨자잎을 넣은 햄버거에 완숙된 계란 프라이와 치즈를 더했다. 사이드 메뉴로는 오븐에 구운 웨지 감자가 나온다. '애니멀 버거'(9100원)는 두 가지 의미에서 '애니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다진 양파와 핫소스를 함께 볶아 패티 위에 뿌린 것으로 생김새가 그리 깔끔하지 않아 '짐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한편으론 매콤한 맛이 버거의 느끼함을 없애준 덕에 너무 맛있어서 '짐승'처럼 먹게 된다는 뜻도 갖고 있다고.

글=강유현/사진=김병언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