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뇌 침범 판단 어렵지만 경각심 주는 사례"
신종플루 뇌감염 증상 미국 사례 유일


신종플루에 감염된 40세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진 원인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4일 보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달 24일 발열 등의 중세로 가까운 병원에서 목감기(급성인두염)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계속 악화됐고 27일에는 폐렴증세를 보였다.

이어 다음날 고열(38℃)과 강한 기침증세, 호흡곤란이 나타나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31일에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판정됐다.

이후 이 여성에게는 항바이러스제 투약 등의 응급조치가 취해졌지만 지난 1일 저녁 뇌출혈을 일으켜 뇌사상태에 들어갔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환자를 치료해 온 의료진은 아직 뇌사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 여성에게서 논란이 되는 핵심은 과연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직접 뇌세포를 침범해 뇌사에 영향을 줬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에 직접 침투했다기보다는 선행질환인 폐렴과 심근염 등이 다장기손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뇌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 대책위원장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봐야겠지만, 외국의 사망자 사례로 볼때 일단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직접 망가뜨리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미 입원 당시 심근염과 폐렴 증상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다장기손상 후 나타나는 뇌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센터(CDC) 주간 보고서(7월24일자)를 보면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7~17세 사이의 청소년 4명에게서 뇌염, 뇌질환, 놀람 등의 증상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들 환자는 뇌중추신경계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항바이러제 투여 후 신경학적 문제없이 증세가 호전됐다는 게 CDC의 설명이다.

이는 그동안의 계절성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에게서 종종 나타났던 사례지만, 신종플루 감염환자에서는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CDC는 덧붙이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를 직접 침범한 사례는 없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우흥정 교수는 "만약 바이러스가 뇌를 바로 침범했다면 호흡기 증상이 오기 전에 뇌 쪽에 증상이 먼저 나타났을 것"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특정 감염질환이 폐렴과 다장기부전으로 이어지면서 바이러스가 혈류를 타고 뇌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뇌를 침범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여러 과정을 거쳐 바이러스가 뇌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원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가 뇌에 신경학적 합병증을 종종 일으킨다"면서 "신종플루의 경우 계절 인플루엔자보다 병독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개연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환자의 경우 과거 계절성 인플루엔자처럼 부검을 해도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원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가 뇌에 신경학적 합병증을 종종 일으킨다"면서 "신종플루의 경우 계절 인플루엔자보다 병독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개연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