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3일 자택인 서울 이촌동 한강삼익 아파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질서 확립을 주된 임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맡겨진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우선 국회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보다 기수가 높은 검찰총장과 함께 일하게 된 것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 업무는 일과 역할의 문제이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준규 총장은 매우 훌륭한 분"이라며 "오히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내정자는 특수 · 형사 · 공안 등 검찰 수사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검찰 핵심요직 '빅4'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 공안부장,대검 중수부장) 가운데 공안부장과 중수부장을 역임했다.

1999년 서울지검 특수3부장 재직 시에는 '조폐공사 파업유도'와 '음대 입시부정'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으며 김대중 정부 중반기에는 대통령 사정비서관을 맡아 대형 게이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2006년 대검 공안부장 재직 시절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사건 등 주요 공안 사건을 처리했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사퇴한 뒤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으로 7월 법무부 차관에서 물러났다. 이 내정자는 결국 두 달도 안 돼 장관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이 내정자는 법질서를 강조하는 원칙주의자다. 지난 1월 법무부 차관 취임 때 "그동안 법질서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며 "법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해 이제는 법질서가 국민 생활 속에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검찰 안팎에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호남 및 고대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사건 폭로 때는 '떡값 검사'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당시 본인은 "김 변호사와 밥 한 번 먹어본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한편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 기수 낮은 법무장관이 내정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지만 오히려 법무행정과 수사를 분리하고 장관이 특정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2월 강금실 장관(13기)과 송광수 총장(3기)체제가 장관 총장의 기수가 처음으로 역전된 경우였으며 2005년 6월 임명된 천정배 장관(8기)과 김종빈 총장(5기) 및 정상명 총장(7기) 체제도 법무장관이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낮았다. 이 장관 내정자는 연수원 기수는 김 총장보다 낮지만 나이는 네 살 많다. 부인 서향화씨(50)와 2남.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