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글로벌 인재와 해외 입양인에게 복수국적(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적법 개정안을 10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임을 최근 밝힌 가운데 체류 자격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해외입양인 모임인 해외입양인연대(GOA'L)의 김대원(43) 사무총장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외 입양인들은 국적회복이 가능해진 것에 환호하고 있으며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7%가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종전에는 해외입양인의 한국국적 회복시 입양국가의 국적을 포기해야했으나 개정안은 '외국적 행사포기 각서 제출만으로 국적선택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하는 규정을 둬 복수국적을 용인하고 있다.

김 총장은 그러나 "정부가 귀화자에게 주는 병역혜택을 입영대상이 될 해외입양인 일부에까지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해외에 입양된 20만명 중 고아 호적이 아니었던 약 20% 중 남성 2만명 가량은 입영대상자로, 이중 일부는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입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복수국적 부여에 시큰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화교들도 복수국적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한 것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8년 전 한국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출신의 안승희(평택시 기산동) 씨는 "아이가 취학시 주민등록등본에 엄마 이름이 없어 놀림 당할까봐 2007년에 한국국적을 취득했다"며 이주여성이 대상에서 빠진 것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안 씨는 "친정 부모 등 가족들이 베트남에 살고 있는데 국적을 포기하는 게 마음이 아팠고 후회도 된다"며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도 우선 대상으로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체류 중인 한 재중동포는 다음 카페에 올린 글에서 "복수국적보다 영주권제도 활성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민'이라는 이름의 이 동포는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 중 국적취득자(7만3천명)가 영주권취득자(2만8천명)보다 월등히 많은데 (이를 보면 한국 정부가) 국적부여를 남용하는 것 같다"면서 "복수국적보다 영주권제도를 확대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탕광유(唐光裕) 한성화교 음식ㆍ숙박업연합회장은 "한국의 국제화나 화상(華商) 유치 등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화교들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해달라"며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불편함은 차치하고라도 이곳에서 2,3세대를 뿌리내리며 한국인처럼 살아온 우리들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복수국적을 원한다"고 말했다.

탕 회장은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도 뇌성마비나 소아마비를 앓으면서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65세를 넘었는데도 지하철을 공짜로 타지 못하는 화교 노인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의 차규근 국적ㆍ난민과장은 이에 대해 "결혼이민자 등에 대해서도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국민공감대 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국민통합(해외입양인) 및 국익(글로벌 인재) 차원으로 대상을 국한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결혼이주민이나 화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국적법 개정과 시행에 따른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들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주 과학ㆍ경제ㆍ문화ㆍ체육 등 특정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고 우리나라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외국인은 귀화시험이나 의무거주 기간(5년) 없이 특별 귀화 자격이 주어지고, 이들에게는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