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경조사에 참석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건 우리네 오랜 전통이다. 아무리 세상살기가 힘들더라도 만사를 제쳐놓고 동료들의 경조사에 참석하는 직장인이 많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경조사비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경조사비가 가계에 부담을 준다고 느끼고 있을 정도다.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5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조사비가 가계에 부담을 준다'고 답한 사람은 83.6%에 달했다.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직급이 낮을수록 많았다. 사원급의 88.3%와 대리급의 88.8%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부조금을 내는 한 달 평균 경조사 횟수는 '0~2회'가 73.9%로 가장 많았다. '한 달 평균 3~5회'가 23.6%로 뒤를 이었다. 평균적으로는 한 달에 2~3회가량 부조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급이 높을수록 부조금을 내는 횟수도 많았다.

경조사별로는 '결혼식 등 경사(慶事) 때 내는 부조금이 조사(弔事) 때보다 많다'는 응답자(34.1%)가 '조사 때가 많다'(19.3%)는 응답을 앞섰다. 그렇지만 부장급과 임원급은 조사 때 부조금이 경사 때보다 많다고 응답했다. 직급이 높을수록 조사를 더 많이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사 때 부조금은 1회 평균 4만~5만원이라는 응답이 73.3%로 나타났다. 이어서 △6만~10만원 14.6% △3만원 이하 11.2% △11만~20만원 0.9% 순이었다. 조사 때의부조금도 평균 4만~5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나 그 비중은 69.0%로 경사 때보다는 낮았다. 이어 △3만원 이하 16.4% △6만~10만원 13.3% △11만~20만원 1.3% 등이었다.

'경조사 부조금이 1년 전보다 많아졌다'는 응답은 45.3%에 달했다. '변함없다'는 응답(46.8%)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경조사비는 상당히 올랐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5만원짜리 신권이 새로 나온 것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장 상사의 경조사 부조금이 부하직원의 부조금보다 많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45.6%를 기록했다. 경조사비도 직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자신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의 경조사에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관없이 참석을 결정한다'가 50.8%로 가장 많았다. 그렇지만 '참석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1.2%에 달해 품앗이 의식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