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산별노조 완성을 위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지역지부 전환이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15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4사 노조가 오는 10월1일로 예정된 지역지부 전환을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노조는 최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현행 기업지부 체제로 새 집행부 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금속노조의 지역지부 전환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지역지부로 전환할 경우 노조 내부 결속력이 크게 약화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금속노조의 핵심사업장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실질적인 권익 향상도 누리지 못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지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노조는 다음 달로 예정된 각 지역별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통합 선관위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의 인력파견 요청을 거부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기업지부장을 뽑기로 이미 결정한 것은 금속노조 지역지부장 선거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라며 "만약 기업지부장과 지역지부장을 동시에 뽑을 경우 향후 노사협상에서 누가 교섭권을 가질지를 놓고도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지역지부장 선거에 불참하겠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 · 기아차 외에 쌍용차지부는 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고,GM대우는 기본급 4.9% 인상을 요구하는 금속노조 방침과 달리 올해 임금을 동결키로 회사 측과 합의해 금속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금속노조 최대 조직인 완성차 4사 노조에서 반(反)금속노조 기류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되자 금속노조는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와 동시에 치르기로 한 지역지부장 선거를 10월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산하 기업지부의 이 같은 노골적 반발을 속수무책 상태에서 지켜봐야 할 정도로 금속노조의 지도력이 상실됐다"고 평가했다.

노동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금속노조 새 지도부가 출범하더라도 완성차 4사 지부를 지역지부 산하의 지회체제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역지부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자칫하면 산별노조 탈퇴 등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