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식이가 공부하고 있는데 왜 이리 시끄럽노!”

어머니의 호통치는 소리가 온 집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분위기를 파악 못한 외숙부 탓이었다. 행시 공부를 하던 당시 허남식 시장의 고향집은 절간처럼 조용했다. 어머니는 아들 공부방 주위에서는 숨소리도 못내게 했다. 오랜만에 누님을 보러 시골에서 올라온 외숙부는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나무 마루위를 걸으며
삐걱대는 소리를 냈으니. 외숙부는 엄숙한(?) 분위기가 불편했던지 그 즉시 보따리를 싸고 시골로 내려갔다.

허 시장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어머니의 교육 열정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어머니는 일제시대 의령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농촌 여성중에서는 그래도 ‘신교육’을 받은편이었다.

자식들이 밖에서 뛰어놀다 들어오면 반드시 책을 한 줄이라도 읽고 자도록 했다.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면 불호령을 내렸다.

허시장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유학길에 오르자 전 가족이 이삿짐을 싸고 뒤따랐다. 장남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잘 먹어야 집안이 ‘퍼뜩’ 선다는 생각에서였다.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저에게 주셨죠. 당신은 드시지도 않으시고….” 엄하면서도 희생적인 어머니를 생각하면 공부외에 다른것에 한눈을 팔수가 없었다고 허시장은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