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인플루엔자보다 사망률 높다는 근거 없어"
"막연한 공포심보다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국내 3번째로 발생한 신종플루 사망자는 역시 신종플루가 면역력이 떨어진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임을 보여준 사례로 분석된다.

27일 보건당국과 병원 측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한 60대 남성은 원래 지병인 폐렴으로 외래 치료를 받아오던 중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패혈증 쇼크로 숨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망에 이르게 된 명확한 인과관계는 좀 더 조사가 이뤄져야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60대 이상의 나이와 만성질환인 폐렴을 앓아왔던 점 등에서 신종플루 고위험군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고위험군으로 보통 ▲50-60대 이상의 고령 ▲천식 등 만성호흡기 환자 ▲만성 신장·간·신장 환자 ▲당뇨병 ▲임신부 ▲생후 6~23개월 소아 ▲혼자 거동할 수 없는 경우나 만성 수용시설 거주자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 등을 꼽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앞서 신종플루로 숨진 2명도 바이러스 감염 시 추가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55세 이상의 고위험군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3번째 사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또한, 3명의 환자 모두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한 부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폐렴은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는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으며, 설사 걸린다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활동량이 적은 노인이나 과거에 결핵이나 폐렴을 앓았던 사람, 또는 지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며 감염확률 또한 급격히 높아진다.

감기나 독감의 경우 건강한 사람은 며칠이 지나면 곧 회복되지만, 노약자나 만성폐질환자, 심장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폐렴으로 이어져 치명적 후유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도 폐렴에 잘 걸린다.

특히 각종 질병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폐렴이 오는 경우도 흔하다.

다시 말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모두 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서 중장년 이상의 고위험군 사망자가 계속 이어지는 것과 달리 서구에서는 젊은 층 사망자도 적잖이 나오고 있어 대비된다.

신종플루가 처음 시작된 멕시코의 경우 사망자의 87%, 신종플루 감염 후 중증 폐렴을 일으킨 환자의 71%가 60세 미만 연령대에 집중돼 있으며, 캐나다도 청·장년층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종플루에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과거 같은 시기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계절인플루엔자 사망자 수에 대비해 많다고 할 수 없다"면서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남반구에 비해 상황이 양호한 만큼 정부의 방역대책을 따르면서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젊은 연령대에서 감염자가 많음에도, 아직 젊은 층 사망자가 없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점"이라며 "앞으로 좀 더 추이를 봐야겠지만 사망자 발생 양상이 왜 차이를 보이는지도 추가로 연구를 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