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가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18일 다시 부분파업을 벌이자 경영진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파업 강도가 초반부터 거세고 불규칙적인 데다 다음달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노조가 강경 노선을 고집할 경우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사는 올해 5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15차례가량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주요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이달 1~9일 여름휴가를 보냈다.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및 월급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되 생계비 부족분 200%와 격려금 250만원을 지급하고 `8+9 방식의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방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지난 14일 노사가 지난달 27일 이후 18일만에 교섭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이 교섭은 서영종 기아차 사장 등 교섭위원 20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뒤 노조의 제의로 이뤄진 것이지만 노조에서는 교섭위원 사직서 제출과 관련해 회사 측에 사과문 공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 13∼14일 이틀간 중단했던 주야간 4시간씩 총 8시간의 부분파업을 17일부터 재개하고 이날까지도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직서를 낸 사측 임금협상 교섭위원 중 광주공장장 조남일 부사장 등 3명의 사표는 이날 수리됐다.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 지침이 원칙 없이 즉흥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노조가 이달 말까지 주야간 4시간씩 `장기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교섭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철회한 뒤 사측 교섭위원들의 사직서 제출 문제를 거론하며 재차 파업에 돌입하는 등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임금협상 초기에 주야간 2∼4시간 파업을 벌였던 것과 달리 노조가 지난달 15∼16일 주야 6시간 파업, 같은 달 23일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초반부터 강도높은 파업을 단행하고 있는 점도 교섭을 차분하게 진행할 수 없는 이유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기아차는 노조가 불규칙적인 고강도 파업을 벌이는 것이 다음달 예정된 집행부 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선거를 앞둔 각 노조 계파가 집권을 염두에 두고 강경 일변도의 투쟁 노선을 고수하고 있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파업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차 화성공장의 한 직원은 개인 명의의 유인물에서 "대안 제시 없이 무책임한 끝장 파업을 고집하는 행위를 바라보는 현장 조합원의 눈길은 결코 곱지 않다"며 현 집행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집행부 방침에 대한 불만은 개별 조합원 차원에서 더 나아가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 광주지회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 핑계를 대며 거짓을 포장하기 급급한 모습은 노조에도 좀벌레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 본노조에서도 "광주지회 등이 사실과 다른 내용들로 현장을 혼란케 해서는 안되며 조합원들은 현혹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담화문을 전파했다.

이처럼 노조가 임금협상 전략을 통일성 있게 추진하지 못한 채 난맥상을 보이고 파업만 지속할 경우 사업에 미칠 타격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노조가 집중 파업을 벌이면서 생산라인이 가동된 시간은 56시간으로, 정상 조업 수준의 40%에 불과하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의 변덕스러운 파업은 생산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출하장과 서비스센터의 업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객 불편을 가중하고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