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발표한 2명의 신종플루 사망자에게 과연 신종플루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15-16일 이틀에 걸쳐 보건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이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궁금증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환자가 신종플루로 확진된 시점이 이미 폐렴 합병증 발생 이후 단계여서 과연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감염환자가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일부 의료진들은 국내에서 암환자나 만성질환자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할 경우 사망원인이 암이나 만성질환이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은 폐렴 합병증 사망자 가운데 이미 신종플루 감염사례가 있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실정이다.

◇ 확인되지 않은 신종플루 사망자 이미 있었다? =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자뿐만 아니라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망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S대학병원 감염내과 A교수는 "지난 4월부터 국내에 신종플루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한 암환자나 만성질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해 대형 병원 장례식장이 북적거렸을 정도"라며 "전통적으로 4-8월이 사망률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A 교수는 "물론 이들 사망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6월 이후에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됐고, 이번에 사망사례로 이어진 점을 볼 때 이전에도 신종플루 감염에 따른 사망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는 말기 암환자가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할 경우 사인으로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검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신종플루가 유행하는 시기에 숨진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신종플루 검사를 하지 않은 이상 지금 시점에서 누구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C대학병원 호흡기내과 B교수도 "그렇다고 현재의 모든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신종플루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신종플루가 아니더라도 말기 환자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 점에 비춰볼 때 충분히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 신종플루 감염 전 모두 건강했을까? = 의료진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보건당국의 발표를 보면 15일 첫 사망자로 확인된 56세 남성은 평소 건강했다가 발열증세로 보건소에 간 뒤 호흡기증세가 심해져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폐렴증상이 나타나 이에 따른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또 두 번째 사망자인 63세 여성은 지난달 24일 처음 기침과 발열, 인후통, 근육통 증상이 발생했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지자 29일에서야 동네 의료기관을 찾아 신종플루가 아닌 폐렴으로 진단받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결국, 이 여성은 호흡곤란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일단 두 환자의 공통점은 평상시 건강했지만, 모두 폐렴 합병증 이후 질환이 위중해졌다는 점이다.

56세 남성은 폐렴 증상이 온몸에 균이 퍼지는 패혈증으로 악화됐고, 63세 여성은 폐렴으로 폐부종에 이른 상태였다.

다만, 폐렴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상이 일부 달랐을 뿐이다.

따라서 두 환자 모두 신종플루가 선행질환인지, 아니면 이미 특정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신종플루가 감염된 것인지 등에 대해 궁금증이 확실히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C내과전문의는 "사실 신종플루 감염 전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신종플루 감염이 정확한 사인인지와 항바이러스제를 언제 투여해야 했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경우 부검으로 사인을 가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신종플루 감염일지라도 감염 시점에서 환자 건강상태가 질환의 경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신종플루와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르는 기존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 외국선 젊은 사망자, 한국선 고령 사망자, 이유는? = 국내에서는 신종플루 사망자 2명이 55세 이상의 고령으로, 젊은층 사망자가 많은 서구의 경우와 대비되고 있다.

지금까지 신종플루로 25명이 사망한 캐나다의 경우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는 특별한 병력이 없는 청·장년층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신종플루가 처음 시작된 멕시코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망자의 87%, 신종플루 감염 후 중증 폐렴을 일으킨 환자의 71%가 5∼59세에 속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젊은 층 환자가 고령 환자보다 훨씬 많은 대신 사망자는 아직 젊은 층에서 나오지 않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연령대에서 감염자가 많음에도, 아직 젊은 층 사망자가 없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점"이라며 "앞으로 좀 더 추이를 봐야겠지만 사망자 발생 양상이 왜 차이를 보이는지도 추가적으로 연구를 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