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내가 무슨말 했지? … 건망증과 치매 사이 □가 있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불면증과 짜증,스트레스가 고조되면 건망증도 덩달아 심해지기 쉽다. 밤잠을 설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가스불에 김치찌개를 올려놓고 시장 보러 나왔다가 큰 화를 당할 뻔 했거나,목욕물을 받으러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든 사람도 있다.

건망증은 30세 이후부터 일시적으로 나타난 기억력 감퇴현상이 점차 빈발해지는 현상이다. 현대인은 머리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뇌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단기간의 기억장애나 검색능력장애를 보이게 된다. 예컨대 유명 야구선수의 타율이나 주식 시세는 기억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생활에 중요한 업무매뉴얼이나 약속을 까맣게 잊는 것이다. 따라서 건망증을 뇌가 혹사당하지 않게 보호하고 적절한 훈련으로 리뉴얼하라는 경고등으로 보면 좋다.

건망증은 왜 생길까. 첫째 스트레스,둘째 불안 · 초조 · 긴장 · 우울증,셋째 여성호르몬의 변화(폐경기 이후 주부건망증),넷째 주의집중력 저하,다섯째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 · 비타민 부족,여섯째 피로,일곱째 수면 부족,여덟째 조기 치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관심사는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에 걸릴까?'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망증과 치매는 별개의 질환이다. 모든 치매 환자는 초기에 건망증을 보이지만 건망증인 사람은 소수만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언젠가는 치매에 걸리게 된다.

정상적인 노화과정에 따라 뇌세포의 수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양성(良性) 노인성 건망증'이라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쉽게 말해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에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노인반과 신경원섬유농축체가 형성되면서 신경세포가 죽어가지만 아직 별 증상이 없고 정상 노화에 따른 기억력감퇴와 구별할 수 없다.

경도인지장애는 두 가지 특징적 징후를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첫째는 단기기억력 저하로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을 쉽게 잊는다. 단서를 주면 대체로 다시 기억해낼 수 있지만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메모와 목록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이런 것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심해지면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한 말이나 약속을 재차 확인하는 빈도가 늘고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고 나중에는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둘째는 이상행동징후로 주변에서 그저 실수를 한 것으로만 여기는 정도의 미세한 변화로 시작해 점차 악화된다. 예컨대 직장에서 늘 잘 하던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거나,계산 실수가 잦아져 엉뚱한 다툼이 생기는 일이 종종 나타난다.
방금 내가 무슨말 했지? … 건망증과 치매 사이 □가 있다
통상 심각한 수준의 경도인지장애 상태에 있는 사람 중 1년 후 10~15%,10년 후 80%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한다. 경도인지장애를 빨리 발견하려면 '이전에 잘 하던 것 중에서 지금 못하는 게 있나'점검해보고 기억력 테스트를 받아봐야 한다. 만약 잘 하던 요리의 음식 맛이 달라지거나,늘 다니던 길을 잃고 헤매거나,고스톱을 잘 쳐서 늘 남의 돈을 따던 사람이 예전같지 못하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주관적인 기억력 저하만을 호소하는 노인을 평가하면 실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사람은 5~10%밖에 되지 않는다. 90~95%는 기억력 저하가 일시적이거나,원인이 소실되거나 치료하면 아무리 심각한 기억력 저하라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방금 내가 무슨말 했지? … 건망증과 치매 사이 □가 있다
건망증을 극복하려면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기억력을 보존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복 암기,연상을 통해 기억하기,소리내어 말하기,메모하기 등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완화,저지방식,과일과 야채 등을 통한 비타민 섭취,충분한 휴식과 수면,흡연과 하루 한두 잔의 음주,독서 · 작문 · 음악 · 미술 등의 두뇌활동도 유익하다.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에 비해 건망증이 잘 발생하는 것은 빨래,청소,설거지,육아 등 단순 반복적인 가사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인 만큼 여성은 운동과 지적 취미활동에 더 치중해야 한다.

노인층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층에서는 이른 바 '디지털 건망증' 또는 'IT 건망증'이 늘고 있다. 컴퓨터 전자수첩 휴대폰 등의 전자기억장치에 의존하다보니 간단한 전화번호를 깜박하고 암산을 하지 못해 이들 전자제품을 잃어버리면 생활이 마비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디지털 장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가급적 많이 암기하고 독서 바둑 등 두뇌운동에 좋은 취미를 갖도록 한다.

건망증 자가진단 테스트

1.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잊어 버린다.

2.물건을 어디 뒀는지 몰라 한참 찾는다.

3.약속을 해놓고도 깜박 잊는다.

4.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가 한두

가지를 빠뜨린다.

5.가스불 끄는 것을 잊고 음식을 태운다.

6.배우자생일 등 중요사항을 잊어 버린다.

7.매일 약 먹던 시간을 놓친다.

8.우산 등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9.며칠 전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 버린다.

10.이야기를 하다가 내용을 까먹는다.

11.하고 싶은 표현이 금방 안 떠오른다.

12.오래 전부터 하던 일은 잘 하지만 새로 배우긴 힘들다.

13.일상생활의 변화에 금방 적응하기 힘들다.

☞ 대개 4개 이하면 정상,5~9개면 건망증 위험 상태,10개 이상 또는 6개 이상이라도 자주 나타나면 중증 건망증.중증 건망증이면 주의집중력 저하,우울증,치매 초기단계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