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평균 시속 120㎞ 초과비율 23%..전국 최고
출ㆍ퇴근시간대 과속비율 높아..작은 차들이 더 과속 일삼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모(35)씨는 최근 부산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첫 날인 지난 달 30일 새벽에 승용차를 몰고 서울을 빠져 나온 김씨는 3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고속도로 416km를 달리는 동안 단 한차례 구미휴게소에 들러 10여분을 쉬었다.

휴게소에 들른 시간을 제외하고서 박 씨가 달린 평균 속도를 계산해 보면 시속 135Km에 이른다.

"직장생활에 찌들리다 시원한 고속도로에서 마음껏 속도를 내 순식간에 부산에 도착했어요. 최대 시속 150km 정도는 밟았을 겁니다."

□과속은 때와 장소를 가린다?=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전국 22개 고속도로를 달린 5천8백만여대의 차량의 속도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내놨다.

차량들이 처음 진입한 요금소를 출발해 마지막 요금소를 빠져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과 거리를 토대로 평균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렸는 지를 분석한 것이다.

12일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속도로 가운데 평균 시속 120km를 초과한 차량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부고속도로 전체 차량의 23%나 됐다.

남해선(15.7%)과 영동선(15.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평택충주선(0.3%), 대전남부선(0.2%), 고창담양선(0.1%)은 비교적 안전속도를 잘 준수한 고속도로인 것을 나타났다.

도로공사 측은 "과속이 심한 고속도로는 차량 통행량과 직선구간이 많고 도로 폭이 넓기 때문인데 경부고속도로가 단연 1위"라고 말했다.

앞서 박 씨가 `질주'했던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1일에 착공한 도로로 우리나라 최장 거리인 416km를 자랑한다.

경부고속도로처럼 길이가 길고 유입차량이 많을수록 사고도 잦다.

그리고 과속이 많은 시간대도 정해져 있었다.

도로공사의 조사결과 출퇴근 시간의 과속빈도가 다른 시간대에 비해 훨씬 앞섰다.

오전 7시~8시, 8시~9시 사이에 시속 120km를 초과한 차량은 각각 7.1%와 7.0%로 다른 시간대와 비교했을 때 평균 두 배를 넘었다.

그나마 퇴근시간은 출근 시간보다 과속이 덜 심하긴 했지만 이 역시 오후 6시~7시, 7시~8시 사이에 각각 6.4%와 6.6%의 차량이 평균 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렸다.

이 외에 낮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대에는 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이 4% 정도를 유지했다.

심야시간인 오전 1시~5시 사이가 1% 정도였다.

도로공사는 "출근에는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퇴근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어 출근시간대의 과속이 더 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계기판 끝까지 달려볼까?= 속도별 과속 분포를 보면 하루에 11만 여대의 차량이 평균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렸고 시속 140km로 달린 차량도 하루 평균 3만여대에 달했다.

도로공사의 속도측정 방법이 한 요금소에서 출발한 차량이 마지막 요금소에 도착하기 까지 걸린 시간과 거리를 환산한 것임을 감안하면 특정구간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질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거리가 416km에 이르는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한 운전자가 휴게소에 1~2번 정도 들르는 것을 감안하면 요금소 간 평균속도와 구간별 최고 속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평균 속도에서 대략 20~30km 더한 것을 최고 속도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시속 170km 이상으로 달린 차량이 하루 274대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 차량들은 실제 직선구간 등에서는 최고 190㎞를 넘는 속도를 냈다는 말이 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같이 과속으로 달릴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중 20% 정도가 과속 때문이었다.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2006년 518건, 2007년 572건, 2008년 517건으로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를 넘고 있다.

사망자 수도 2006년 41명, 2007년 43명, 2008년 39명으로 전체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에서 15%대에 이른다.

□작은 고추가 맵다?= 비교적 작은 차, 승용차와 16인승 미만의 승합차를 비롯해 2.5톤 미만의 트럭이 가장 과속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가 1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들 소형 차량의 경우 시속 120km를 넘긴 비율이 무려 93.1%에 달했다.

특히 6종으로 분류되는 배기량 1천cc 미만의 경차들도 2.7%가 시속 120km를 넘겨 고속도로를 달렸다.

경차들의 과속비율은 33인 이상의 승합차와 5.5톤~20톤 미만의 화물차 등 6종 차량(2.7%)보다도 높았다.

(창원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