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서울 한강 여의도 수영장.불볕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놀이를 나온 시민들로 수영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한여름 수영장 운영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기자는 시민들의 반응과 서울시의 관리 실태에 깜짝 놀랐다.

첫 인터뷰에 만난 고영태씨(41)는 "수영장에 오물이 떠다니고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만큼 관리인원을 투입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였다. 고씨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는 것도 장사에 방해된다며 관리직원이 우리를 잡상인 쫓듯 대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돈을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민간이 운영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평일 평균 4000~5000명,주말에 8000~9000명이 찾아오는 수영장에 화장실이 턱없이 모자랐다. 이곳을 둘러보고 찾은 이동식 간이화장실은 고작 두 군데였다. 대학생 최수지씨(21)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아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고 시를 원망했다. 최씨는 "샤워장도 야외인 데다 남녀가 구분돼 있지 않아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위생 및 안전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수영장 테두리에 배수시설이 없어 밖에서 오물이 그대로 물로 유입되고 있었다. 수영장 바닥도 거친 시멘트 재질이어서 넘어질 경우 피가 나는 등 사고가 빈발했다. 안전요원은 역시 10명에 불과해 1명이 수백명의 이용객들을 담당하는 실정이었다.

바가지 요금도 불만사항이었다. 직장인 이현석씨(28)는 "시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도 민간시설과 비교해 음식값에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민간 수영장에선 다 해주는 튜브 등 수영도구 대여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딱히 갈 곳이 없어 오는 것이지 입장료가 싸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시설과 관리가 잘 되는 다른 곳이 있다면 입장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얼마든지 그런 곳을 택하겠다는 반응이다. 광화문 같은 보여주기식 건설보다 오히려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찾는 이런 곳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는 생색만 내고 장사나 하려한다는 시민들의 비난을 새겨 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