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법 대신 수당 받는 근로기준법 대체 요구

울산항 예인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유는 뭘까?
외형적으로는 노조가 사측인 예선업체들에 "노조의 실체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노조원들에게 25년간 적용한 '선원법' 대신 연장 및 야간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으로 대체해 선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깔렸다.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아 전국항만예선지부 울산지회로 지난 6월28일 설립했다.

울산항에서 운영 중인 예인선 29척(선원 137명) 가운데 89.7%인 26척(조합원 118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는 사측인 조광선박, 선진종합, 해강선박 등 3개 예선업체와 "노조를 인정하고 노사간 기본협약안을 만들자"며 지금까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4차례에 걸쳐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으나 불발되자 결국 파업을 선택했다.

노조는 협상과정에서 회사 측에 노조전임자 2명 인정, 교섭위원들의 당일 전임 인정, 성과급 개인당 50만 원 지급, 산별노조를 통한 공동교섭 및 사별 개별 교섭의 탄력적 운용 등을 요구했다.

또 법제처가 지난 1월 내린 법령해석에 따라 예인선 선원들에게 선원법 대신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노조의 요구 조건은 현실에 맞지 않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동교섭도 할 수 없으니 사별로 교섭하자고 대응했다.

특히 사측은 예인선 선원도 선원이니 선원법을 적용해야 하고 선장은 사용자로 노조에서 빠져야 교섭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84년 8월 전면 개정된 '선원법'이 논란의 핵심이 된 것은 지난 1월 국토해양부가 항내와 항외를 동시에 다니는 예인선의 성격을 규명해 달라며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 법제처가 예인선을 '항내만 운항하는 선박'으로 법령해석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근로기준법에 대한 특별법인 선원법 2조는 선원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선원을 '배에서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근로하는 자'로 규정하고, 그 예외로 '호수나 강 또는 항내만을 항해하는 선박 종사자'는 선원법 대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결국, 법제처의 해석으로는 예인선 선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
예인선이 선원법 대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으면 야간 및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어 현재 160∼17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예인선 갑판원은 월급이 30만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법령해석 이후 국토해양부는 전국 11개 항만 예인선 선원들을 상대로 선원법 개정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놓고 조사를 벌인 결과 연장 및 야간근로수당과 연월차 및 정기 휴가 등이 보장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그 요구가 지금까지 노사간 논쟁거리로 잠복해 있다 지난 6월 비교적 강성인 울산항 예인선 선원 노조가 결성되면서 수면 위로 부상, 이번 파업이 본격화됐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법제처가 현실을 무시한 법령해석으로 현장에 논란만 가중시킨 꼴"이라며 "선원은 선원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찬관 울산항 예인선 노조 지부장은 "회사측이 노조의 실체도 인정하지 않고 법제처의 법령해석도 무시하고 있다"며 "예인선 노동자는 하루 24시간 근무에 수당 3만 원, 월평균 400시간 근로, 연간 휴가 1일 등 최악의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