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을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고,금을 움켜잡느라 사람을 보지 못한다(逐鹿而不見山,攫金而不見人).'

익제 이제현(1287~1367)의 <익재난고(益齋亂藁)> '운금루기(雲錦樓記)'에 나오는 말이다. 권겸(權廉)이란 사람이 도성 남쪽의 연못가에 다락을 짓고 운금루(雲錦樓)라고 이름을 붙였다. 익제가 가 보니 다락에서는 즐비한 민가와 끊임없이 왕래하는 자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바깥 사람들에게는 연못만 보이지 그 뒤에 다락이 있는 것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세상 사람들은 왜 이곳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익제는 '마음이 한곳으로 쏠리면 다른 곳을 볼 겨를이 없는 법,조정에서는 명예를 다투고 저자에선 이익을 다투다 보니 비록 좋은 경치가 바로 옆에 있어도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문 것'이라고 명쾌하게 진단했다.

휴가철이라 전국이 들썩들썩한다. 그렇지만 한가함과 여유를 반드시 먼 곳에 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 안에서도 마음의 눈을 조금만 돌리면 얼마든지 좋은 곳을 찾아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마음 아닐까.

번역ㆍ해설=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