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래미안 아파트를 반값에 팝니다. "

서울 강남권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매매와 관련된 사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분양가에 비해 높은 프리미엄(웃돈)이 붙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총 2444채)를 헐값에 판다며 일반인들을 현혹하는 일이 벌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중개업소에 자신을 시공사(삼성물산 건설부문) 고위층과 잘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미리 확보한 물량을 분양가의 55%에 판다는 안내문을 유포하는 사례가 포착됐다.

이들은 조합원분과 미분양분,계약해지분 등 총 200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외국계 금융사와의 부동산 용역컨설팅 계약서까지 보여주는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해 일반인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이 제시한 서류에는 외국계 금융회사가 5억원을 변호사 사무실에 공탁하고,시공사와 일괄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 300억원을 입금한다는 계약조건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 사무실에는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건설 관계자는 "일부는 계약 직전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피해를 극적으로 모면하기도 했다"며 "래미안퍼스티지는 현재 미분양 물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회사에 일괄매각한 일도 없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건설은 일반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서초경찰서에 그동안 확보한 정보를 넘기고 수사를 정식 요청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사기 분양 주의보'가 내려졌었다. 당시엔 법무법인 명칭을 사용하는 A사가 래미안퍼스티지 일반분양분 426채 중 100채를 일괄매입한 업체와 판매대행 계약을 맺고 분양가의 50%에 일시불로 판매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