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년도 보험료율 인상률을 자체 산정하면서 보건복지가족부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4일 건보공단과 복지부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건보재정상 수입감소를 줄이기 위해 내년 최저 보험료율 6.4% 인상과 정부지원액 5조2천110억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지만 복지부는 공단 측이 구체적인 인상률을 제시하는 것은 적합하지 못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건보공단은 복지부 보험정책과 측에 올해 건보재정 흑자폭이 점차 줄고 있어 적자전환이 예상됨에 따라 내년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공단 재정관리실 관계자는 "내년 보험료율 6.4%대 인상안에서 물러서면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복지부 측에도 예상되는 최악의 재정상황을 알리며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공단이 보험료율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는 것은 본연의 업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아직 내년도 재정수지를 추산하기에는 시기적으로도 이르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보험료율 인상은 11월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공단은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률을 건의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시기적으로도 내년도 재정 추계를 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의료공급자 대표, 건강보험 가입자대표, 정부관계자 등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건정심은 매년 회의를 거쳐 보험료율 인상안을 최종 확정하게 돼 있다.

기존에 공단 측 재정관리위원회에서 담당했던 건강보험료율 인상 결정권이 건정심 측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올해 장기화하는 경기불황으로 근로자 임금 인상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공단 측이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인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건보료율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 건보 재정 수지가 1조2천158억원 흑자를 기록한 만큼 보험료율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렇게 선을 긋자 공단도 말을 슬쩍 바꿔 복지부 측에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안을 건의한 적은 없다고 물러섰다.

공단 홍보실 관계자는 "복지부 측에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은 없다"면서 "그러나 공단이 재정추계에 근거해 적자를 막기 위해 자체적인 보험료율 인상안을 마련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