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빔국수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요리가 될 수 있습니다. 분홍 빛깔이 아름답고,채소와 고추장이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건강에도 좋은 웰빙음식이기 때문이죠."

2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만난 세계적인 요리사 켄 홈(60 · 사진)은 "비빔국수는 먹는 이가 양념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며 "셰프가 요리를 끝내지 않고 먹는 이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컨셉트"라고 말했다.

켄 홈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의 부대시설 '투모로우 시티' 개관식 참석과 W호텔의 '누들로드 디너' 등을 위해 지난달 30일 방한했다.

'투모로우 시티' 전시관 지하 1층에 켄 홈이 진행을 맡았던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에 등장한 국수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체험관인 '워킹 온 던 누들로드'가 문을 열었다.

'아시아 퀴진의 황제'로 불리는 켄 홈은 영국 BBC방송의 스타 셰프이자 레스토랑 컨설턴트 및 작가다. 중국,태국,싱가포르 등의 다양한 요리를 다룬 책 30여권을 펴냈으며 올해 초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진행을 맡으면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켄 홈은 국수요리를 "가격이 저렴하고 빨리 만들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며 "먹을 때 나는 '후루룩' 소리가 식욕을 자극하는 '오감만족 요리'"라고 정의했다.

"어제(1일)에만 8종류의 한국 국수를 먹었습니다. 이 중 냉면 비빔국수와 같은 찬 국수요리는 아시아에서도 특별합니다. 김치,오이소박이,단무지 등 곁들임 음식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장면도 먹어봤는데 국수요리에 감자가 들어가 있는 것도 처음 봤죠(웃음).곱배기라는 독특한 주문으로 적은 돈만 추가로 내면 두 배 가까운 양을 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한 · 중 · 일 국수 요리의 차이에 대해 묻자,그는 "한국은 냉면 쫄면 등 쫄깃한 식감을 선호한다"며 "중국은 민족과 문화의 다양성만큼 국수요리가 수백가지이며 일본은 일본인들의 성격과 비슷하게 맛이 단조롭고 깔끔하다"고 설명했다.

켄 홈은 "한국 음식 맛은 장류문화 때문인지 대부분 짠데,한식 세계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라며 "한국의 절 음식이 세계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버섯과 같은 한국의 산나물로 만든 채식요리를 산에서 직접 채취해 만드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켄 홈은 30여년 전 '퓨전'(fusion) 요리란 말을 처음 사용한 인물.그는 "중국계 미국인인 나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1949년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태어나 5살 때인 1954년 시카고로 이사간 뒤 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손에서 길러졌다. 11살부터 삼촌이 운영하던 중식당에서 일했으니 요리경력이 5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켄 홈이 처음부터 요리사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대학(UC버클리)에서 전공은 예술사와 프랑스사다. 켄 홈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했을 뿐 별다른 꿈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25살이던 1974년부터 요리학교 CCA(California Culinary Academy)에서 강의하고 1981년 '중국의 기술'이라는 요리책을 쓴 것이 아시아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를 찾던 BBC의 눈에 띄는 계기가 됐다. 1984년부터 방영된 '켄 홈의 중국요리'는 이내 BBC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겪었던 그는 NGO단체인 '기아추방행동'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에 자신의 책 5000여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글=최진석/사진=정동헌 기자 isr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