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들이 고통을 잊고 기쁨을 얻도록 하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입니다. 그러니 중생을 돌보고 아픔을 어루만지는 사회복지와 종교는 둘이 아니죠.종교의 목적이 바로 중생복지,사회복지니까요. "

이달 중순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노인전문요양원 인덕원(仁德園)을 개원하는 삼천사 주지 성운 스님(68 · 사진)은 "국가가 미처 다하지 못하는 일을 종교가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하 2층,지상 4층에 연건평 6600㎡ 규모로 지어진 인덕원은 250여개 병상을 갖추고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게 된다. 주간보호(40명),방문요양(160명)을 더하면 돌볼 수 있는 노인이 450명을 넘는다. 한의사인 비구니 도광 스님이 상주하면서 환자들을 돌보며,1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보살핀다.

인덕원은 북한산이 한눈에 보여 조망이 압권인 데다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의료,재활,문화,여가,종교생활 등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원 스톱 토털 케어 서비스'체제를 갖춘 게 특징.내과 · 산부인과 · 가정의학과 · 정신과 · 정형외과 의료진이 매일 회진하면서 요양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해 외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또 사찰에서 운영한다고 해서 타 종교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며 마리아의 집,예수마을,붓다마을 등으로 시설을 분리해 타 종교 신자들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계층 · 세대 · 지역 · 종교 간 갈등이 심한데 이는 서로를 잘 몰라서 그래요. 성직자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서로 존중하는 종교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덕원을 종교 간의 이해와 소통이 이뤄지는 곳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

성운 스님이 사회복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78년 삼천사 주지를 맡으면서였다. 당시 진관동 일대는 철거민,상이군경 등이 모여 사는 가난한 동네였고,절에 들어온 쌀과 보리 등을 자연스럽게 나눠 먹으면서 중생과 함께 하고 나누는 것이 자비복지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성운 스님은 1994년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을 설립해 현재 노인복지회관,어린이집 등 35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됨에 따라 치매 · 중풍을 앓는 부모들을 자녀들이 큰 부담 없이 요양원에 모실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장기요양 대기자가 서울에만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인프라가 취약한데 나라의 경제력에 걸맞게 수혜 대상을 확대해야 합니다. " 성운 스님은 "인덕원의 인(仁)은 사랑과 자비요,덕(德)은 사랑과 자비가 충만하게 살아움직이는 것"이라며 "인덕원을 그런 곳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