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은 누리라고 준 것이 아니다. "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는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검찰 개혁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날 첫 출근한 김 내정자는 등장부터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는 오전 9시40분께 서울고검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 청사 현관까지 200여m의 경사길을 걸어서 올라왔다.
김 내정자는 놀란 표정의 기자들을 보며 밝게 웃는 얼굴로 "감회가 새로워 걸어보려고 했다"며 "(중앙지검) 형사부장을 하고 떠나 이 건물에 들어올 기회가 없었다. 지검장,고검장도 못하고 이 건물이랑 인연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생활을 해서 악수도 하고 그런다"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국제통'다운 자유분방함이 배어나오는 듯했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총장 취임 후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그는 "검찰에 범죄와 싸우고 국민을 보호하라고 (국민이) 권력을 준 것이지 누리라고 준 것이 아니다"며 "검찰이 권력과 권한만 갖고 싸우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의견들을 들어보고 후배들과 상의해서 청문회 후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겠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며 개혁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청문회를 앞둔 심정에 대해서는 "(내정 과정에서) 검증을 철저히 받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김 내정자의 청문회준비단을 4개 팀으로 구성했다. 청문회준비단장은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았으며 4개팀은 총괄 · 자료제출팀,신상팀,리허설팀,비전팀으로 꾸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