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26일 현행 '학원비 가이드라인(상한제)' 운영이 헌법과 법률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요지의 판결 내용을 공개하면서 학원가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상만 전국보습학원연합회장은 "이번 판결은 비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기존 판결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강남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들은 "앞으로 학원 단속이 크게 어려워지고 사교육비가 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적정 학원비 정해 강제하는 것 위법"

서울행정법원이 학원비에 관한 법정다툼에서 학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보습학원연합회 등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년간 3차례나 서울 강남교육청에 학원비 단속으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3차례의 판결은 모두 행정처분 과정의 '절차'를 문제삼았을 뿐 학원비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적정 학원비를 규정한 가이드라인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크게 다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원설립 · 운영자와 교습자는 헌법상 사유재산권과 영업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학원비 등에 대해) 교육행정권자가 임의로 '과다하다'고 본 다음 적정 수강료를 정해 제재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은 학원비 가이드라인과 단속 자체를 당장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며 학원들이 구제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해 승소해야 한다.

◆정부의 사교육 정책 '치명타'

이번 판결로 인해 정부의 사교육 정책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우선 학원들이 지역교육청의 단속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학원 운영시간과 고액 수강료 등 불법영업 실태를 고발하면 포상금을 주는 '학파라치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신고 근거 자체가 위법 논란에 빠지면서 제도가 힘을 잃을 가능성도 커졌다.

또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적정 학원비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동안 가이드라인을 지켜왔던 대형학원 위주로 학원비를 올릴 공산이 크다. 그간 각종 편법으로 학원비를 올려왔던 소규모 보습학원들도 앞으로는 공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는 현 정부가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교육당국 "항소하겠다"

교육당국은 앞으로 학원 지도 단속이 크게 어려워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강남교육청은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동호 교과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이번 판결로 인해 학원비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일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원업계는 내친 김에 위헌소송까지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소송은 소를 제기한 학원만 구제받을 수 있지만 위헌소송에서 이기면 모든 학원에 대한 학원비 가이드라인이 폐지되거나 대폭 상향조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만 회장은 "학원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때 이미 학원비 가이드라인에 대한 위헌소송을 검토했다"며 "이번 판결로 위헌소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