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공립고 방문, '입학사정관제' 대폭확대 시사
"사교육 받은 사람 불리"..인성교육 필요성 강조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성적 위주의 대학입시 제도를 대폭 개선해 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이 필요없는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간 30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적어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본격적인 현실화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숙형 공립고인 충북 괴산고를 방문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과 간담회를 갖고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는 100%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지역, 특정도시의 과외를 받고 성적좋은 사람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시대는 마감하겠다"고 강조했다.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현행 대입제도를 `근원적 처방'을 통해 대폭 손질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밖에도 "학교 성적 위주로 하지 않겠다", "과외, 사교육을 받은 사람은 더 불리해진다", "과외받고 사교육 받지 않아도 더 평가받도록 입학제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 등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100% 면담으로 대학에 가는' 제도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09학년도 입시부터 일부 대학이 정식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도를 지칭한다.

지필 고사나 내신 대신 입학사정관의 면접을 통해 수험생의 지적 능력은 물론 인성, 리더십, 사회봉사 경력 등을 종합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올해 입시에서는 총 대입 정원의 6% 정도만 입학사정관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앞으로 대입 정원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를 적용하는 비율을 매년 빠르게 늘리겠다는 의미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입학사정관제 적용 비율이 앞으로 매년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그 비율이 30%를 거쳐 50% 넘어서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기'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금 1학년 학생이 졸업하고 앞으로 사회에 나오는 시절에는 완전히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학년 학생이 고교를 졸업하는 시기는 3년 후이므로 자신의 임기 내에 성적 위주 입시를 크게 뜯어고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이 대통령의 기숙형 공립고 방문은 탈이념 중도강화 및 친서민 행보의 일환이면서 `정책 연계형 현장 방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방문을 수행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앞으로 모든 현장 행보를 정책 연계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예정보다 30여 분을 넘겨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사교육보다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도입 취지와 관련, 이 대통령은 "초.중.고교를 다닐 때 조금 더 인성교육을 시키고 자기 취미활동도 하자는 뜻에서 하는 것"이라며 "우리 계획안대로 하면 고교 다닐 때 학교수업을 열심히 하고 인성교육, 취미생활하는 쪽으로 간다고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괴산고 1학년 권지은 양이 "교육정책에서 도시 아이들을 위한 쪽이 많다. 문화적 혜택이 부족하다"며 박탈감을 호소한 데 대해 "푸른 산과 논밭이 있는 게 얼마나 여러분의 심성을 아름답게 만드는지 모른다"면서 "아주 넓게 볼 줄 알고 친구를 돌볼 줄 알고 선생님을 존경할 줄도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참모는 "대통령은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학원 과외에 시달리면서 부모로부터 인성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는 점을 안타까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인재를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인성이 바탕이 된 사람으로 정의할 뿐 아니라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아는 사람은 사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가정 형편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못 한다는 사람은 앞으로 없애려고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대학갈 수 없다는 학생은 제도적으로 없애려 한다"면서 "학자금 대출도 실질적으로 도움되도록, 갚는데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교육 현장의 우려와 관련해선 "학생들이 차이가 나니 지원해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학년별 보충 수업을 일일이 참관하면서 학생들과 포옹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친밀감을 보였다. 학생들은 직접 그린 이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난 뒤에 기숙사를 둘러보고 식당에서 미역국, 찜닭 등을 배식받아 학생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