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에요?" 두 달여째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이 지속되고 있는 평택공장에서 3㎞쯤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 임정애씨(38)는 쌍용차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는 "새벽에 떠들어대는 방송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며 "주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가 두 달여째 장기화되면서 평택 민심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부품업체들 중에선 "쌍용차는 이제 가망없다"며 업종 전환에 나서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노조와 나흘째 대치 중인 경찰은 부자재 창고(MIP물류창고) 등 노조가 점거 중인 시설물 추가 확보에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등돌린 민심

칠괴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데 평택만 예외인 것 같다"며 "쌍용차가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장사는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허구한 날 교통 통제하고 외지인들이 들쑤시는 통에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며 "장사가 될 리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동삭동 주민 안모씨는 "친척이 공장 안에 들어가 있어서 처음엔 노조가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도 "요즘엔 주위에서 노사 모두 싸잡아 비판하며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그쪽(노조)에서도 (회사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왜 안 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부품업체들도 냉랭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석경 모토텍 대표는 "이달까지 기다리고 그래도 사태가 해결 안 되면 LED 부품제조 등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어제(22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을 만나서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업종 전환을 시도 중인 1차 협력업체만 3~4곳에 달한다. 23일 현재 220개 쌍용차 1차 협력업체 가운데 이미 3곳이 부도를 냈다. 2차 협력업체 가운데 부도난 회사는 10개에 달한다.

◆살얼음판 대치 계속


경찰은 도장공장 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노조가 공장 주변에 쌓아놓은 작업용 선반과 폐타이어 더미,철판 등을 중장비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에도 경찰은 특공대 진입을 위한 컨테이너를 배치하고 테이저건(전자총)을 사용하기도 했다. 테이저건은 순간적으로 몸을 경직시켜 진압하는 대테러 장비로 노조 측은 경찰의 발포로 노조원 1명이 얼굴에 테이저건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화염병에 맞아 몸에 불이 붙은 경찰관을 노조원들이 쇠파이프로 폭행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2발 발포했다"고 설명했다.

농성장을 이탈하는 노조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22일 밤 11시께 버스 주차장 쪽으로 2명이 이탈하는 등 지난 20일 사측이 출근을 재개한 이후 이탈자 수는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평택시는 송명호 시장과 쌍용차 박영태 법정관리인,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쌍용차 사태 중재를 위한 노사정 대책회의'를 24일 열기로 했다.

평택=박동휘/김일규/서보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