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좋아하는 여자애 등뒤에 물총을 쏘면 겉옷이 젖어 속옷이 비쳤는데 어린 마음에도 참 섹시해 보였거든요. 그 기억을 되살려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

세계 3대 국제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페스티벌에서 한국인 학생으로는 최초로 수상자 명단에 오른 서재식씨(27 · 홍익대 정보산업공학과 졸업,농심기획 입사)의 말이다.

서씨는 정소라(24 ·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정호균(26 · 조선대 시각디자인과 졸업,인터콤 인턴),서욱(28 · 조선대 시각디자인과 졸업,이랜드그룹 인턴)씨 등과 함께 뉴욕페스티벌 학생 부문에서 3위 격인 '브론즈 월드 메달'을 차지했다. 수상작은 미국 브랜드 캘빈클라인의 속옷 광고로 '유혹의 시작(Beginning of Seduction)'이라 이름 붙인 옥외 대형 광고물이다. '비가 오면 유혹이 시작된다'는 부연 설명이 붙어 있다.

기획 단계에서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서씨는 "대다수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가 다 드러나는 것보다 옷이 물에 젖어 속옷이 비치는 것을 더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옥외 광고물에 '비'라는 날씨 요소를 접목시켜 비가 오면 속옷이 드러나는 모습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광고연합동아리 출신들로 출품 당시 모두 학생이었던 이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촬영용 속옷을 동대문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말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정소라씨는 "비에 젖기 전에도 속옷이 슬립 사이로 은은하게 비쳐야 했기 때문에 수십여 장의 속옷을 일일이 만지며 재질과 두께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알몸 이미지를 구해 출력한 다음 이 위에 속옷을 입히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사진을 찍었다. 또 옥외 광고물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서울 시내 주요 대형 건물들을 찾아다녔다. 사진을 촬영한 정호균씨는 "비오는 날 롯데백화점 본점,코엑스 등의 외관을 찍다가 쫓겨난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서욱씨가 건물의 외관 사진 위에 여성의 속옷 사진을 접합시켜 섹시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뉴욕페스티벌 측은 "비오는 날에 옷이 젖어 속옷을 은은하게 비춰 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뉴욕페스티벌은 프랑스 칸 국제 광고제,미국의 클리오 광고제와 함께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히며 2007년부터 대학생 참여를 허용했다.

이들 4인방은 "소비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살아 숨쉬는 광고를 만드는 '광고쟁이'가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지역 수상자들의 시상식은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이들은 시상식 참석을 위해 23일 출국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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