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과 효율을 기치로 내세운 백용호 신임 국세청장이 '안정'과 '개혁'이 조화를 이룬 첫 인사를 단행했다.

실세 차장을 임명해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실력이 검증된 '젊은 피'를 본청 국장으로 발탁해 개혁 진용을 갖췄다. 또 경험이 풍부한 고참 국장들에게 지방청을 맡겨 세수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국세청은 22일 본청 차장에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서울지방국세청장에 채경수 본청 조사국장,중부지방국세청장에 왕기현 본청 전산정보관리관을 각각 임명했다.

◆최고위직은 조직 안정에 초점

백 청장은 최고위직(1급)의 경우 조직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본청 차장에는 예상대로 이현동 서울청장(53)이 임명됐다. 경북 청도 출신인 이 차장은 행시 24회로 경북고와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구청 조사2국장과 서울청 조사3국장을 거쳐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본청 조사국장 등을 지냈다. 내부 실세로 백 청장의 조직 장악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출신인 채경수 신임 서울청장(51)은 한상률 전 청장의 골프 로비 파문에 연루됐다는 설에도 불구하고 승진의 영예를 안았다. 백 청장은 지방청장들이 줄줄이 퇴임한 상황에서 또다시 문책성 인사를 할 경우 조직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채 청장은 행시 23회로 경남고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청 조사2국장과 대구청장 등을 지냈다. 왕기현 중부청장(55) 역시 비고시 출신들에 대한 배려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북 남원 출신인 왕 청장은 7급 공채 출신으로 중부청 조사2국장과 서울청 조사2국장 등을 역임했다. 고시 출신들이 지방청장을 독식하면 비고시 출신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본청은 개혁 성향의 '젊은 피'로 배치

국세청의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본청 조사국장에는 행시 27회인 송광조 서울청 조사1국장이 전격 발탁됐다. 송 국장은 이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획과 조사 업무에 모두 정통해 일찌감치 조사국장감으로 꼽혀왔다. 송 국장과 조사국장을 놓고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김덕중 대전청장(행시 27회)은 역시 요직으로 꼽히는 본청 기획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에서는 송 국장과 김 조정관,이전환 법인납세국장,이종호 개인납세국장 등 본청의 주요 요직을 차지한 행시 27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세청 내에서 가장 탄탄한 인재풀을 구성하고 있던 행시 27회의 전면 등장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진 것은 개혁을 위한 백 청장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실무에 능한 이들을 '친위대'로 삼아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행시 28회인 임환수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을 서울청 조사1국장에 전격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방청은 노련한 고참들에게 맡겨

이번 인사에서 이 차장과 동기이거나 선배인 행시 23~24회 본청 국장들은 조홍희 신임 법무심사국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방청장으로 발령났다. 허장욱 부산청장과 김영근 대전청장은 행시 23회이고,공용표 대구청장과 임성균 광주청장은 행시 24회다. 본청 국장들을 행시 27회로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고참' 국장들은 지방청으로 발령내 세무행정을 이끌도록 한 것이다. 이는 재정 악화로 세수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을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백 청장은 인사청문회와 취임식에서 잇따라 고위직의 변화를 강조했지만 능력 있는 국장들이 조기 퇴진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본청 국장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신진들에게,지방청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고참들에게 맡겨 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의 나머지 국장급과 과장급(세무서장) 인사는 다음 주께 이뤄질 전망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