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1의 비용을 들이면 15의 사회적 편익이 생산되지만 그 가운데 내가 누리는 사적 편익은 8에 불과하면 나는 이 행동을 외면한다. 외부경제가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그런데 나머지 7의 편익을 누릴 사람이 내게 비용을 보조해 주면서 이 사업을 하도록 요구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사람이 내게 5를 지불한다면 이 사업에서 내가 얻는 순 편익은 2(=8+5-11)로 바뀌고 이 사람도 2(=7-5)의 순편익을 얻는다. 두 사람 모두 더 좋아지므로 코즈협상은 성과를 거두고 나는 이 사업에 착수한다. 이에 따라 외부경제의 비효율성도 해소된다.

이 예는 A와 나 두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11의 건설비용을 들여 15의 편익을 주는 교량(공공재)을 가설하는 경우에 그대로 적용된다. 교량에서 얻는 나와 A의 편익은 각각 8과 7에 불과하므로 어느 누구도 단독으로 11의 비용을 부담하며 교량을 건설할 생각은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편승만 노리고 비용부담을 거부한다면 이 교량은 건설되지 못한다. 그러나 위의 설명대로 코즈협상을 벌인다면 A와 나는 각각 5와 6씩 비용을 분담하고 교량을 건설하여 7과 8씩의 편익을 누릴 것이다. 이처럼 코즈정리가 훌륭하게 외부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데 왜 공공재의 경우에는 굳이 편승이 문제되는 것일까?

코즈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이 자신이 누릴 편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편익의 크기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점이다. 즉 편익구조에 대한 정보비대칭성이 문제다. 서로 상대방의 편익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협상을 벌인다면 불신의 덫에 빠지기 쉽다. 각자 이를 틈타 자신의 몫이 더 커지도록 협상을 진행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위의 경우 내가 나의 편익이 5밖에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내가 부담할 비용의 상한으로 5를 고집하면 A는 최소한 6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야 11의 비용이 조달가능해지고 협상이 타결될 것이다.

A는 6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교량을 건설하면 1(=7-6)의 순편익을 얻으므로 내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지만 만약 내가 거짓말로 3(=8+6-11)의 더 많은 순편익을 얻으려 획책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반발할 것이다.

실제로는 A도 자신의 편익을 거짓 주장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코즈협상은 더욱 타결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하여 관련 당사자들의 숫자가 둘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공공재의 편승문제는 본질적으로 비대칭적 정보가 재산권 보호를 어렵게 만드는 데서 비롯한다. 그동안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제도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하다. 재산권 보호가 불가능하면 코즈협상의 거래비용이 너무 커진다. 결국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의 공공재 공급은 정부가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