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 소속 공익위원들이 내년 시행 예정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 '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타임오프 제도는 단체교섭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적 성격의 일을 하는 노조 조합원에 대해 해당 활동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사측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내달 하순께 마련될 정부안도 공익위원안이 토대를 이룰 것이라는 이야기이고 보면 이 제도 도입은 기정사실화돼가는 모양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말이 안된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법적으로 공식화하는 꼴에 다름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까닭이다. 현재의 전임자를 유급전임자로 그대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한 만큼 내년부터 임금지급을 금지토록 돼 있는 관련법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 노무 업무의 범위,전임자 숫자 등을 두고 많은 기업들에서 노사 갈등이 유발될 것 또한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공익위 안은 개선(改善)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라는 이야기다.

제도 적용의 당사자인 재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도 간과(看過)해선 안될 대목이다. 재계의 경우는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무늬만 남게 될 것"이라며 "그 경우 복수노조 도입 및 교섭창구 단일화도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 또한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는 노사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가 개입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오히려 혼란만 불러올 타임오프제의 도입을 정부안으로 채택해선 안될 일이다. 특히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규정은 지난 1997년 법제화되고도 노동계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3년간이나 적용이 유예돼왔던 사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행을 미루기만 하다가 이제 와서 법 자체를 바꿔 규정을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