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영어유치원생 1명=의대생 2명
서울 강남지역의 영어유치원 비용이 국립대 등록금의 4배를 웃도는 등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교육비 급증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영어유치원의 경우 수업료와 각종 부대비용 등을 합쳐 한 달에 149만원을 받고 있다. 연간으로 치면 1800만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비용은 올해 기준 국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 416만원의 4.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립대 등록금 742만원과 비교해도 2.4배에 이르며 대학 중 가장 비싸다는 사립대 의대 등록금 1000여만원의 1.8배에 해당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영어유치원도 1년간 비용이 1300만원에 이른다. 점심값 스쿨버스비 등을 합친 수업료가 월 98만원이며 1년간 재료비 40만원,교재비 80만~120만원 등을 합친 것이다. 이외에 각종 학습지과외나 미술 음악 체육학원 등에도 자녀를 보내고 있어 강남권 일대에선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전 사교육비로 7000만~8000만원을 써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집계한 사교육비 역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사교육비 18조7230억원은 2007년에 비해 1조3295억원(7.6%) 증가했다. 2002년의 9조3258억원과 비교하면 6년 새 사교육비가 두 배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증가로 다른 소비가 위축돼 경기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교육비는 가계의 수입이 줄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낮추는 경향이 있어 경기침체기엔 다른 소비가 먼저 줄게 된다는 얘기다. 또 맞벌이를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교육비를 충당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출산율을 저하시키게 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사교육도 미래에 대비한 투자이지만 투자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조기 사교육이 낭비에 그친다면 그만큼 경제 성장의 동력을 까먹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