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공백' 최소화 위한 고육지책

법무부가 19일 후임 검찰총장과의 협의절차 없이 차동민 수원지검장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임명한 것은 지도부 부재 사태에 따른 검찰의 업무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인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금은 그런 원칙에만 매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신임 검찰총장을 빠른 시일 내에 임명하고 뒤이어 검사장급 승진ㆍ전보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순리이긴 하지만, 검찰총장은 물론 고검장급 9석이 모두 비어있는 사상 초유의 상황인 만큼 `우회로'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검찰은 지난달 초 임채진 검찰총장의 퇴임 후 총장 자리가 공석인 채로 이미 한달반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사퇴한 지난 14일 그동안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문성우 전 대검 차장까지 퇴임하면서 지휘부의 판단이 필요한 특수수사와 공안사건의 처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천 전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 낙마하에 따라 새 총장 내정에까지 꽤 많은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대검 차장의 조기 기용론에 불을 지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의 사퇴로 한 차례 `뼈아픈' 경험을 한 청와대로서는 인선 및 검증 작업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으며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 임명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어도 한달 안팎의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천 후보자의 사퇴 등 돌발 변수가 잇따르면서 검찰 내부가 심하게 동요하고 혼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비정상적 인사'의 불가피성에 무게를 더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검찰 조직의 쇄신을 위한 카드였던 천 후보자의 내정이 낙마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검찰은 전대미문의 위기로 내몰린 형국이 됐다.

차 신임 대검차장이 "검찰 조직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같은 배경에서 대검 차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등 일부 주요 보직을 미리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차 신임 차장이 20일부터 업무에 착수하면 일단 검찰로서는 발등의 `급한 불'은 끄는 셈이지만 검찰총장 또는 내정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 간부가 임명된 것은 처음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