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중고차가 외면받고 있다. SK엔카에 따르면 이달 들어 쌍용차 체어맨 중고차는 100만원,체어맨W는 150만원 정도 각각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액티언만 하더라도 2006년식 CX7 4WD 모델 값이 3년 전 신차 가격의 절반을 겨우 넘는 1300만원에 불과하다. 58일째 접어든 노조의 공장 점거로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애프터서비스(AS) 차질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쌍용차의 향방은 쌍용차 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쌍용차 보유자들은 AS 곤란과 중고차 값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쌍용차 2,3차 협력사들의 동반 부도로 부품업계 경쟁력이 함께 약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커지는 '정비대란' 우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단종 차량에 대해서도 8년간은 부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다만 2만여개에 달하는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없는 만큼 협력업체들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럼에도 102만4118대(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쌍용차 보유자들은 정비를 받기 위해 종전보다 평균 2~3일 더 기다리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동반 휴업에 들어가면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노조가 파업을 풀어 생산이 정상화되면 이런 문제는 곧 해결될 수 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체제(회생절차)를 이어가거나 향후 제3자가 인수 · 합병(M&A)해 영업권을 승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쌍용차가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단종차량 부품 8년 의무 공급'을 준수해야 할 법적 주체인 쌍용차가 사라지는데다,실제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도 연쇄 도산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쌍용차 협력업체는 1차 업체만 250여곳에 달하고 2차와 3차를 합치면 19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훈 쌍용차 협력업체 채권단 사무총장은 "이달 말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1차 협력사 40~50곳을 포함해 협력업체 1000여개사가 파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결국엔 쌍용차 부품 품귀 현상과 가격 급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예 생산이 중단되는 부품은 폐차량의 재생부품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과거 삼성상용차가 2000년 청산 절차에 들어간 뒤 수년간 유사한 후유증이 빚어진 적이 있다.

◆최악 상황 걱정하는 다른 업체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쌍용차 부품업체들이 다른 2~3개 완성차 업체에 함께 납품을 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쌍용차로 인한 타격이 품질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범용부품 등은 부품업체 한 곳이 국내 5개 완성차업체 모두에 납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이 복수의 부품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단일 협력업체와 거래를 하다가 파업 등으로 부품 생산이 중단될 경우 완성차 생산라인 자체가 멈추는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A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에 대비해 비상시 부품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