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이 폐기물이라니"..일반정서와 괴리
지자체 저비용 장묘시설 지원해야


"애완견이 죽으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같던 애완견을 어찌 그렇게 하겠어요.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거죠"(한국애견협회 박애경 사무총장)

"가족이나 다름없는 강아지를 어떻게 단순 폐기물로 처리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도 키우던 개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법 규정이 일반정서와 맞지 않는 일을 강제하는 것 같습니다."(애견가 김하연 씨)

애완견을 키우다 죽으면 생활 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화장하도록 한 관련 법규를 놓고 애견가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애완견 사후 처리에 관한 법규정은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상 죽은 애완견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는 탓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애완견 사체를 일반 생활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조례만 보더라도 죽은 애완견 사체처리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으며 재활용가능품이나 대형폐기물을 제외한 모든 생활폐기물은 종량제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동물장묘업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죽은 애완견을 화장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많게는 100만원에 가까운 장례비용에다 4곳에 불과한 장묘업체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탓에 애견가들의 이용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죽은 애완견을 집 앞 마당이나 인근 야산에 묻으면 쓰레기 불법투기로 간주돼 처벌 받는다.

동물 사체 매장이 불법인데다 땅에 묻힌 동물 사체가 오수(汚水)를 발생시키는 등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견가들이 느끼는 정서적 괴리감은 적지 않다.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는데 어떻게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다버릴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고비용 때문에 애견 장묘시설을 이용치 못할 경우 매장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고 지금도 매장이 가장 일반적인 장례방식인데 법규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도 한다.

박애경 사무총장은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법에는 걸리더라도 사체를 땅에 묻어주려 하는 경우가 많다. 한 90%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키우던 개를 최소한 쓰레기 봉투에는 담지 못한다"고 전했다.

애견가 정모(32.회사원)씨도 "애완견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다니 이건 일회용품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매장이 불법이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합법이라면 솔직히 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렇다보니 관련 규정을 정서에 맞게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다.

애견가들이 극도의 거부감을 갖는 '죽은 애완견=생활쓰레기'라는 말부터 바꾸고 애완견의 장례를 화장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값싼 비용의 애완견 화장시설을 만들어 법과 정서와의 괴리를 없애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자체 경우 시설 설치에 따른 비용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지만 죽은 애완견을 몰래 묻는 불법 매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장묘시설을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한다. 이는 불법 매장에 따른 환경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이라며 "일본은 주택가 주변에 적지 않은 애견전용 납골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묘시설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홍보에 나서겠다. 다만 시설설치 등 관련 예산편성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