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입생 1200명 전원을 수시에서 뽑기로 한 것은 4년제 대학보다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입니다. "

김영기 계원디자인예술대학 총장은 "디자인 분야에서 만큼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문대학이지만 디자인 등 예술분야에 올인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대학 방침을 우리 사회가 인정해 주고 있다는 자평인 셈이다. 지난해 개교 15주년을 맞아 계원조형예술대학에서 계원디자인예술대학으로 학교명을 바꾼 것도 수동적인 '디자인 배우기'를 지양하고,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예술흐름을 이끌 수 있는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창의성 중심의 대학'이 되겠다는 전략에서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있는 캠퍼스는 곳곳에 설치된 교수 및 학생들의 수백여점에 이르는 작품들로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조형관 앞에는 매체예술과 학생들이 돌을 이용해 만든 커다란 '수박'이 전시돼 더위에 지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른 건물 벽면 곳곳에 학생들이 스프레이를 이용해 만든 그래피티는 거리 예술이 활발한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이영준 사진예술과 교수는 "디자인에도 깊은 생각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문화 비평,종교,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계원예대는 교육과학기술부 '전문대학 우수특성화대학'에 9년 연속 선정되는 등 예술분야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국 킹스턴대와 학생 및 교수 교환협정을 맺는 등 국제교류도 활발하다.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2009 대학생애니메이션 공모전'에서 조현규씨(애니메이션과 2009년 졸업)가 우수상을 차지했다. 임경동씨(시간예술과 2009년)의 작품 '경적'은 올해 칸느 영화제 단편영화 경쟁부문에 선정됐고,정원준씨(사진예술과 2008년)는 독일의 예술전문 온라인잡지 '아트인터뷰'가 주최한 '국제온라인아티스트경선'에서 입상했다. 국내 예술분야에서 계원예대 졸업생들은 홍익대 미대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는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계원예대는 올해부터 신입생 전원을 수시전형에서 뽑기로 했다. 수시에서 입학생 모두를 뽑기는 전문대로는 처음이며 4년제 대학을 포함해도 포스텍에 이어 두 번째다. 선발된 신입생들은 입학 전 3개월에 걸쳐 학교에서 컴퓨터 등에 관한 기본 교육을 받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전문 디자이너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아비뇽 페스티발'을 체험할 수 있는 '선진해외예술대학 견학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선발된 10여명의 재학생들은 일주일간 이탈리아 베니스와 프랑스 아비뇽을 둘러보고,견학 체험을 활용한 퍼포먼스 · 조형미술품 창작 등의 프로젝트를 의왕시 등과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참가 예정인 강문식씨(출판디자인과 2학년)는 "전위적인 예술과 새로운 디자인을 직접 느껴보고 작품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의왕시에 8만2500㎡ 규모의 디자인파크를 만들고,그 중 2만6400㎡가량을 R&D(Research&Discovering)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학생이 디자인을 만들고,그 디자인을 기업이 사서 바로 생산할 수 있는 'R&D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다. 의대가 부속병원을 활용하듯 학생들이 이곳에서 '디자인 인턴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계원예대는 학생 취업을 위해 지난 학기 '1인 창조기업'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학생 및 졸업생의 디자인과 아트상품을 공모했다. 이달부터는 '맞춤형 취업 포트폴리오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말까지 학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재학생 2700여명 모두를 훌륭한 디자이너로 키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