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상태였더라도 ‘우리 집에 자러가자’며 여자 초등학생을 붙잡아 끌었다면 약취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영리약취ㆍ유인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A양(11세)에게 다가가 “우리 집에 같이자러 가자”고 소매를 잡아당기며 약취하려다 A양이 경찰에 신고해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1심은 박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함께 가자며 소매를 붙잡은 것을 상대를 지배하에 둘 정도의 폭행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위험 대처 능력이 미약한 초등학교 5학년 여아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우리 집에 자러 가자’고 한 것은 그 의도와 상황,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할 때 그를 지배하에 두려는 약취의 수단인 폭행에 해당한다”고 파기환송이유를 밝혔다.재판부는 “반항을 억압할 정도가 아니라도 상대를 지배하에 둘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밖에 힘을 사용하는 것도 약취의 수단이 되며 이는 행위 당시의 정황이나 피해자 의사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