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민간 소비지출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교육과 보건의료 부문의 지출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실질소비지출은 불황 이전인 작년 1분기 205만6천231원에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진 올해 1분기 191만6천436원으로 6.8% 감소했다.

교육비는 월 평균 30만1천699원에서 29만9천502원으로 0.7% 감소했지만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7%에서 15.6%로 높아졌다.

특히 고등교육비는 대학등록금 인상 여파로 11만2천761원에서 11만3천486원으로 늘었다.

학생 학원비도 13만3천287원에서 13만4천634원으로 늘어 불황에도 사교육 열풍은 식지 않음을 보여줬다.

보건의료 지출은 12만2천282원에서 12만5천524원으로 2.7% 늘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에서 6.5%로 증가했다.

반창고와 피임기구 등 기타의약품이 5천848원에서 6천287원으로 증가했고 외래의료서비스도 3만533원에서 3만3천308원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월 평균 식료품ㆍ음료 지출이 28만7천261원(14.0%ㆍ이하 지출비중)에서 24만8천203원(13.0%)으로, 의류 및 신발이 12만3천269원(6.0%)에서 11만3천776원(5.9%)으로 각각 줄었다.

의식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자녀들을 위한 투자인 교육비와 건강을 챙기기 위한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을 늘린 것이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교육과 의료 지출에 돈을 아까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의 교육비 지출은 53만9천246원(16.2%)에서 55만7천445원(17.9%)으로, 보건의료 지출은 18만4천345원(5.5%)에서 18만8천195원(6.1%)으로 각각 늘었다.

이에 반해 소득 하위 20%의 교육비 지출이 11만7천459원(10.9%)에서 10만9천810원(10.7%)으로 줄었다.

상위 20%와 비교하면 월 평균 교육비 지출 규모가 5분의 1 수준이다.

하위 20%의 보건의료 지출비중은 8.9%에서 9.3%로 늘었지만 지출금액은 9만6천367원에서 9만4천538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카드결제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씨카드의 올해 상반기 업종별 결제금액을 봐도 보건의료 및 교육비 지출비중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다.

병원이 5.7%에서 6.1%, 의료 및 의약품이 3.0%에서 3.3%, 건강보조식품이 3.0%에서 3.7%, 교육(학원)이 2.1%에서 2.2%로 전체 결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음식점 비중도 같은 기간 13.9%에서 14.5%로 늘었는데 이는 소액결제가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주유소는 12.5%에서 10.3%, 전자제품이 2.8%에서 2.4%, 항공이 2.1%에서 1.5%, 면세점이 0.5%에서 0.3%로 결제비중이 줄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불황기에도 건강을 챙기기 위해 보건의료 부문의 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나타났고 높은 교육열로 인해 사교육비 지출도 줄지 않았다"며 "반면 유가하락으로 주유소 매출 비중이 낮아지고 해외여행 감소로 항공과 면세점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