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에서는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이 노조전임자 임금은 노조의 자주성을 위해 노조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토론열기가 달아올랐다. 그동안 노동계는 대부분 전임자 임금지급 여부는 노사 당사자가 자율로 정할 문제이지,금지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참석한 학자들도 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지만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인하대 교수 · 사회)=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된 뜨거운 감자다. 이 문제가 13년간 유예된 것은 노사 주체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사 간 탐색 과정인 것 같다.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안이 7월 말쯤 나온다고 하는데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종쇄 위원장=내년 노동조합의 활동에 큰 변수가 되고 있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이행은 대다수 노동조합에 커다란 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노조의 재정독립성 회복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시작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비가 현실화돼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일부 노조는 활동이 위축되거나 휴면화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조는 구조조정,조직 통합 및 형태 전환을 통해 초기업단위 노조로 변할 것이다.

◆김 전 장관=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염치없이 나가다 보니 사용자로부터 임금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노조가 자주성 확보를 위해서 자구책이 필요하다.

◆오 위원장=문제는 전임자 임금을 현실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노조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재정이 건전하다고 알려진 현대중공업 노조에서도 전임자의 연간 임금총액을 조합비(기본급 0.9%)만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를 통한 상품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연수 위원장=노동운동도 종속운동이 아니라 주인운동을 해야 한다. 주인정신을 발휘하려면 민주노총처럼 이념적 · 투쟁적 노동운동을 해선 안 된다. 노조가 아직 훈련되지 않았다. 노동운동가들이 자기의무와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자주적 노조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임자 임금은 조합비에서 지급해야 한다. 조합원 주머니에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한다면 전임자의 전문성도 달라질 것이고 조합원을 위해 일할 것이다.

◆이철수 서울대법대 교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홍길동법이다. 법은 법이되 법이라 부르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시행될지 모르겠다. 전임자의 임금은 대부분 사용자가 부담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현행법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은 실효성이 별로 없어보인다. ILO(국제노동기구) 제87호 협약의 기본정신에 비추어보면 실정법규보다는 단체협약이나 여타의 협정을 통해 자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 위원장=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13년간 지연된 사항을 또다시 지연하고자 하는 것은 노조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노조는 전임자 활동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적정한 인원 규모를 재평가하고 자체적인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또 노조 활동의 재정투명성과 건전성을 강화하고 현장 조합원들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이 조합비 인상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사용자는 노사안정기금을 마련해 전임자 임금을 지원하면서 노조가 자립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줘야 한다.

정리=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