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사인 김나영씨(36)는 '싱글족 7년차'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얻은 서울 삼성동 아파트에서 '혼자만의 삶'을 만끽한다. 아침엔 매일 배달되는 유기농 샌드위치를 먹고 저녁 이후에는 1인용 소파에 앉아 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TV로 영화를 본다. 혼자 버거운 집안일은 전문 대행업체를 불러 해결하고 장을 볼 때는 인근 백화점에서 소포장 웰빙식품을 주로 산다. 김씨는 수입의 대부분을 자신을 위해 쓴다. 요즘 관심사는 여름 휴가지를 고르는 것.친구들이 대부분 '결혼한 아줌마'들이라 여행은 혼자 간다.

'골드미스' 등 20~40대 싱글족들이 국내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소용량 식품,1인용 가구,소형 가전에서부터 집안일 대행업,아침식사 배달 서비스,1인용 호텔 · 여행 패키지에다 싱글족 전용 식당,원룸텔에 이르기까지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전용 주거공간 등 '싱글 산업' 규모가 2004년 6조원(삼성경제연구소 추정)에서 올해 8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싱글 산업이 급팽창하는 요인은 무엇보다 싱글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1995년 164만가구에서 지난해 338만가구로 1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중 독거 노인,실업자,이혼 가정 등 불안정한 독신 가구를 제외한 20~40대 싱글족은 30%로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경제력을 갖추고 자신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불황기에 경쟁 없는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새로운 소비자를 의미하는 '블루슈머'로서 업계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백화점들은 20~30대 남성 싱글족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전문 도우미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옥션,G마켓에는 최근 집을 비울 때 애완견의 사료와 물을 적절히 조절해주는 애견용 자동급식기까지 등장했다.

금융회사들은 노후 대비에 관심이 높은 싱글족들을 위해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0월 서초지점에 골드미스를 겨냥한 부티크모나코 지점을 열었다. 김은정 지점장은 "싱글족들은 노후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 세(稅)테크부터 주식투자까지 폭넓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도 1~2인 가구를 겨냥한 '미니 아파트' 붐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향후 10년간 총 18만채의 미니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송태형/조진형 기자 toughlb@hankyung.com